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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기후위기 직격탄 맞은 농작물…대목 앞둔 농민 ‘울상’

폭염·폭우로 복숭아 4만개 중 절반 낙과
사과 농가도 피해...재해보험·품종개발 시급

◇폭염에 겉껍질이 검게 타 떨어진 복숭아가 트럭에 가득 실려 있다. 사진=고은 기자

기록적인 폭염과 기습 폭우가 도내 농가를 직격, 강원지역 농업인들의 얼굴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상기후의 예측 불가능성이 해마다 커지면서 과수농가의 피해를 줄일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찾은 춘천의 한 복숭아 농가. 명절 대목을 앞두고 막바지 수확 작업이 한창이었다. 농장 구석에는 상품성을 잃은 복숭아가 박스에 담긴 채 한가득 쌓여 있었다. 폭염 속 햇볕에 데여 물러지거나 천공병으로 검은 반점이 생긴 피해 농산물들이다.

1,000평 규모 대지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박대선(79)씨는 올여름 반복된 폭염과 폭우로 작황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박씨는 “뜨거운 햇볕에 복숭아 표면이 타들고, 갑작스러운 폭우로 전체 4만개 중 절반이 낙과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복숭아의 주요 병충해인 천공병 피해까지 겹쳤다.

성현구(78)씨는 “폭염에 복숭아가 한꺼번에 익어버려 수확조차 제대로 못 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여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폭염이 강타한 지난 7월 복숭아가 한꺼번에 익어버릴 것을 예상하지 못해 인력을 구하지 못했고, 수확을 하지 못한 채 낙과 한 것들을 내다 버려야 했다.

사과 농가도 기후위기의 타격을 받았다. 민경율 전국사과생산자협회 부회장은 “봄철 냉해와 우박, 여름 폭염까지 겹치며 지난해보다 작황이 50% 줄었다”며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일소병과 탄저병 등을 포함한 농작물 재해보험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창 강원도 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연구사는 “사과는 봄철 냉해피해와 여름철 일소피해가 특히 두드러진다”며 “앞으로는 기후변화 대응한 적응성 품종 육성과 환경 대응력을 높일 스마트과원을 개발하고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숭아 농사를 짓는 박대선씨가 천공병으로 표면에 검은 반점이 생겨 상품성이 떨어진 복숭아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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