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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영업 못 해 다 죽는다", "예고 방송도 없이 아파트 단수"…'최악 가뭄' 강릉에 2차 국가소방동원령 발령

1만t급 이상 대형 물탱크차 20대 강릉에 급수 지원
일부 아파트 갑작스런 단수에 시민들 불평 쏟아내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본부장:김승룡)가 강릉지역의 장기적인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4일부터 물탱크차량 10대를 추가 투입하고, 강원도 소방차 31대와 전국 동원 소방차 50대 등 총 81대의 소방차량을 동원해 급수 지원을 강화한다. 사진=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릉 오봉저수지 바닥이 물이 거의 없이 메말라 있다.사진=강원일보 DB

속보=전례 없는 최악의 가뭄으로 인한 '재난 사태' 선포 이후 아파트를 비롯한 대규모 수용가 급수제한에도 불구하고 단수가 현실화되자 전국에서 소방차가 잇따라 집결, 급수 지원을 벌이고 있다.

소방청은 재난 선포 9일째인 7일 2차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전국 소방본부에서 1만t급 이상 대형 물탱크차 20대를 강릉으로 보냈다. 차량은 부산(3대)·대구(3대)·대전(1대)·울산(1대)·세종(2대)·전북(1대)·경북(4대)·경남(4대)·창원(1대)에서 각각 차출됐다.

이들 물탱크차는 8일 오전 11시 강릉 연곡면 강북공설운동장에 모여 본격적인 급수 지원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소방청 긴급정비지원단도 함께 파견돼 현장에서 동원 차량의 점검과 정비를 맡는다.

강릉에 재난사태가 선포된 지난달 30일에는 1차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돼 소방 물탱크 등 차량 51대가 강릉에 집결해 활동해왔다. 이중 급수배수지원차량 1대는 다음날 원대 복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2차 소방동원령에 따라 강릉에서 급수활동을 펴는 소방차량은 모두 70대에 이른다.

소방청 관계자는 “가뭄 장기화로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전국 소방력이 합동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릉시민 18만명이 사용하는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12.6%(평년 71.2%)로 전날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오봉저수지는 최악의 가뭄 사태로 저수율이 하루평균 0.3∼0.4%씩 하락하고 있다.

강릉시는 앞서 지난 5일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제한급수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본부장:김승룡)가 강릉지역의 장기적인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4일부터 물탱크차량 10대를 추가 투입하고, 강원도 소방차 31대와 전국 동원 소방차 50대 등 총 81대의 소방차량을 동원해 급수 지원을 강화한다. 사진=강원도소방본부 제공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강릉 일원에 '재난사태 선포'를 지시한 지 꼭 일주일이 지난 6일부터 우려했던 단수가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릉시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 감소를 막고자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공동주택 113곳(4만5천여 세대)과 대형 숙박시설 10곳 등 124곳의 급수제한이 전격 시행된 뒤 소셜미디어(SNS)에는 '물이 나오지 않는다'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시는 저수조 내 물이 2∼3일 후 고갈되면 급수차를 동원해 운반 급수하기 때문에 당장 단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첫날부터 단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오늘부터 바로 단수된다고 했었나? 나만 못 들었나? 물이 안 나와. 단수한다고 방송이라도 해주던가"라며 불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다른 시민은 "갑자기 아파트 단수 방송, 진짜 이제 집에 한 곳도 물이 조금도 나오지 않는다. 제대로 안내라도 좀 해달라"는 글과 함께 틀었는데도 물이 나오지 않는 세면대 사진을 올렸다.

또 다른 시민도 "아파트 물이 안 나와. 단수됐어. 예고도 없이 방송도 없었고"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아파트의 시간제 단수 안내문[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가운데 강릉 교동택지의 한 아파트에는 "우리 아파트는 평균 2일을 사용할 물탱크를 갖췄으나 시에서 4일을 사용하라고 한다"며 단수 가능성을 시사하는 안내문을 내붙였다.

아파트 측은 안내문에서 "입주민들은 지금보다 50%를 더 줄어야 4일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매우 불편하시겠지만 최대한 아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아파트 주민 최모(56)씨는 "지금도 수도 계량기 75%를 잠금 해 샤워기까지 물이 올라오지 못해 집에서 씻는 거는 포기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이제 생수로 씻거나 하천에서 직접 물을 길어다 사용해야 할 지경이 됐다"고 걱정했다.

다른 아파트도 "오늘 메인 수도 밸브를 감금 조치했다. 8일쯤에 저수조 물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니 물 절약 실천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당부드린다"는 단수 안내문을 붙였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시가 저수율 10% 미만일 때 시행키로 했던 시간제 단수를 갑작스럽게 앞당겨 시행하면서 혼란을 빚기도 했다.

제한 단수를 한 아파트의 한 주민은 "아침에는 아껴 쓰자고 방송하더니, 저녁에 갑자기 단수한다고 하고서 오후 9시부터 물이 아예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6일 오후 10시부터 7일 오전 6시까지 단수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였다.

◇틀어도 물 나오지 않는 세면대[소셜 미디어 캡처]

강릉지역 상인들도 '단수'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설거지물을 통에 받아서 쓰거나 깨끗한 물은 재사용하는 등 절수 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단수가 되면 음식 조리부터 설거지, 화장실 이용 문제 등으로 인해 영업이 불가능한 탓에 매출에 큰 타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교동택지에서 20년 넘게 생선요리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성용(66)씨는 "단수가 되면 일단 화장실 이용 문제 때문에 영업이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가뭄 사태 이후 설거지에 쓰이는 물이라도 줄이고자 작은 고무대야를 활용하고 있다. 큰 통에 물을 가득 담아 애벌세척을 했지만, 이제는 고무대야에 담아 간단히 세척하고 있다.

김씨는 "단수가 시행되면 아예 영업을 쉬거나, 급수 시간대에 맞춰 영업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라면서도 최근에 식당 내부 리모델링으로 보름가량 영업을 쉰 점을 이야기하며 "다시 영업을 쉬기는 좀 그렇고…"라며 씁쓸해했다.

퓨전일식전문점을 운영하는 국인호(57)씨는 "단수가 되면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라고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큰 정수기를 최근 작은 것으로 바꾸고, 손님들에게 내어주던 물도 정수 물이 아닌 생수로 바꿨다.

가뭄 사태로 말미암아 절수하는 김에 큰 공간을 차지하던 정수기를 치우고, 비용이 덜 들어가는 작은 정수기로 손님들이 커피라도 타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채소를 씻은 깨끗한 물은 화분에 주거나 바닥을 청소하는 방법으로 재사용하고 있다.

◇전례 없는 가뭄으로 '재난 사태' 선포 9일째를 맞은 7일 강원 강릉시 한 상인이 설거지 물을 아끼기 위해 고무대야를 사용하고 있다. 2025.9.7

국씨는 "단수되면 영업을 아예 못 하는데 무슨 할 일이 있겠느냐"며 시위에 나서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인근에서 장사하는 또 다른 상인은 "단수되면 그냥 이 불경기에 다 죽는 것"이라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으려면 호미로 열심히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인은 "영업 불가로 인한 보상도 필요 없다"며 "물만 잘 해결해주면 된다"고 했다.

손님 대부분이 관광객인 해변 쪽 횟집들은 이미 영업 피해를 실감하고 있다. 강릉에 물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관광객들 발길이 준 탓이다.

한 횟집 상인은 "어제는 단체 손님들이 강릉지역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오해해 예약을 취소하려다가 '괜찮다'고 설득해 방문했다"며 "아직 피해가 심각하진 않지만, 매출 감소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상인도 "지금까지 주말 장사 하면서 이렇게 조용한 건 처음"이라며 "다들 단수 걱정 때문인지 놀러 오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강릉시민 18만 명이 먹는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수위를 지키고자 육·해·공군까지 나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비상 급수 지원에 나섰으나 안타깝게도 저수율 하락을 막아내지는 못해 역대 최저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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