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양양군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크게 내색하지는 않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의 말을 들어보면 이렇다.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인이 군청을 찾는데 일부 민원인들은 일이 잘 진행이 안되면 대뜸 “군수가 없으니 공무원들이 일을 안한다”며 화를 낸다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억울할 수 밖에 없다. 민원을 풀어가는 행정이라는게 순서와 절차가 있기 마련이고 법의 틀 안에서 가능한 것이 있고 불가능한 것이 있다. 그럼에도 과정을 생략한 채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안 풀린다고 원인을 ‘군수가 없어서 그렇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이 사실과도 다르고 일종의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이다. 공직자들은 군수의 부재로 민원처리가 늦는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하자는 분위기인데 막상 이런 소리를 듣게 되면 힘이 빠지고 허탈감도 느낀다고 하소연한다. 참고로 앞선 상황을 이야기하자면 김진하 양양군수는 올 1월 비위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기소가 이뤄졌고 지난 6월 재판부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현재 김 군수는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항소를 진행 중이다. 인사권자이자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군수의 부재라는 사실에 일부 직원들은 민원인의 억지스런 주장에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별다른 항변 없이 삭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군청 공무원들과 일반 주민들이 느끼는 시각은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군수의 부재가 1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양양지역 일부 기관·단체 관계자들은 양양군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고 우려감을 드러낸다. 양양군은 지난 1월부터 ‘지자체장이 공소제기 후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에 따라 탁동수 부군수가 군수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치단체나 어떤 기관의 장이 업무를 처리할 수 없어 그 업무를 부단체장이나 부기관장이 대행해 운영할 경우 관련 업무가 보수적이고 최소한으로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 양양군은 오색케이블카사업을 비롯해 민간 투자액 4,000여억원이 투입되는 K-연어 산업 등, 역점 사업이 산적해 있다. 지역발전에 조바심을 느낀 주민들의 우려가 여론으로 드러난 것으로 추측된다. 군수의 부재는 행정 내부적으로도 크고 작은 문제로 나타난다. 한 간부는 “군수님이 안계시니 아래 직원들에게 부서장의 말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고 무력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양군은 올 1월부터 행정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장자리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은 커졌지만 당초 취지가 퇴색한 게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해당 간부의 말이 군수 부재로 인한 부작용인지 조직개편 과도기에서 나오는 일시적인 현상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거론한 지역과 군청 내부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상황이 나오게 된 원인은 군수의 불미스러운 일에 따른 부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2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내년 6·3 지방선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양양지역에서는 현재 군수에 뜻을 둔 입지자들이 자천타천 10여명 거론된다. 김진하 군수의 3선 연임으로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 군수 자리에 여·야 인사들 모두 저마다 양양군 발전의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민심을 누비고 있다.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품은 양양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도시이며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더 이상 불미스러운 일로 지역이 정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묵묵히 힘든 내색 없이 공직에 임하는 700여 군청 공직자는 물론 2만8,000여 양양군민을 위하고 지역발전을 이끌 사람은 누구인가. 지역에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