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은 가장 순수한 영역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내부 권력 다툼과 정치적 의혹의 전시장으로 전락했다. 강원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백년지대계 기관이 내부 갈등으로 스스로를 소모시키는 모습이 안타깝다.
최준호 정책협력관의 돌발 폭로가 불씨가 됐다. 그는 지난 8월 기자회견장에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교육청 일부 공무원의 개입을 주장했다. 교육의 중립을 흔드는 발언이었다. 그는 곧바로 사직서를 내고, 병가와 무단 결근을 거쳐 한 달 가량 자리를 비웠다. 9월 8일 사직을 철회하며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현재까지 병가를 낸 상태다. 이 과정에서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역 교육계 안팎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공직 사회의 기본 원칙은 신뢰와 책임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그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직 철회로 인한 내부의 논란은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시민사회단체의 '불법 선거 개입' 경찰 수사 요구, 강원특별자치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권 발동 촉구로 이어지면서 강원도민들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교사들은 수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행정의 불신을 걱정하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의 도덕성을 의심하고 있다.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은 다가오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을 준비하면서도 어른들의 권력 다툼을 목도하고 있다.
이번 일은 단순한 개인의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파장이 크다. 고위 간부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 선거 개입'을 언급한 순간, 개인의 일탈을 넘어 제도의 신뢰를 붕괴 시키는 중대 사안으로 확장됐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 조절 실패로 발생한 우발적 행동'이라고 스스로 8월 기자회견의 원인을 해명했지만 의문점이 남는다. 업체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왜 자신이 보좌하던 신경호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을 향해 뿜어냈을까. 면직 처리가 아닌 개인의 사직 철회로 복귀하는 모든 과정은 곧 책임을 덮어두고 가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그가 연락두절이 됐던 시간 동안 교육계 안팎에선 '왜 그랬을까?'에 집중했다. 그 가운데 전자칠판, 태블릿PC 등 교육현장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들과의 관계가 얼키고 설켜 있다는 소문은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관계있는 여러명 중에 누구는 이미 다른 일로 구속되었고, 또 다른 누구는 이름을 대면 알만한 인사라는 둥, 쉽게 확인되지 않는 소문까지 파다하게 퍼져나갔다. 말은 말을 낳았고,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를 지경이다.
내부 폭로와 사직 소동, 복귀와 사과에 이르는 해프닝은 '교육의 중립'이라는 금과옥조를 가볍게 무너뜨렸고, 해설하기도 힘든 추문이 뒤따르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기관이 보여줘야 할 것은 의리의 정치가 아니라 투명성과 책임의 행정이다.
이번 사태를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단순히 덮고 갈 수는 없다.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철저한 조사와 수사는 불가피하다. 그 과정을 통해 사실 관계가 드러나야만 교육청의 권위가 다시 설 수 있다. 불편하더라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여전히 진실을 알 수 없는 고위 간부의 '내부 폭로'는 기관을 흔들었지만, 그 여파를 바로잡는 것은 철저한 진상 규명이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행정의 신뢰를 다시 세우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교육은 가장 순수한 영역이어야 한다. 얼마 전 교육청내 한 과장은 "교육은 1순위가 아닌 0순위여야 한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어떤 영역과도 순위를 다퉈서는 안되는 영역"이라고 힘주어 말한 모습을 기억한다. 그렇기에 다시, '교육은 가장 순수한 영역이어야 한다.' 그 단순한 명제가 흔들릴 때 우리 사회는 가장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