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FC의 홈경기 개최 장소와 시기를 둘러싼 최근의 갈등은 단순히 한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민구단임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연고지가 없었던 강원FC의 홈구장 문제는 언젠가 반드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었다. 결국 창단 17년 만에 수면 위로 터져 나온 이번 사태는 ‘예고된 갈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법이 절실하다. 그것은 강원 프로스포츠의 균형적 구도를 구축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 곧 춘천 연고 프로야구단의 유치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춘천은 야구, 원주는 농구, 강릉은 축구라는 명확한 틀을 통해 도시별 스포츠 허브 체계를 세우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춘천 프로야구단 유치를 위한 골든타임인 것이다.
춘천은 명분과 가능성에서 결코 부족하지 않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개막전이 열린 곳이 바로 옛 춘천 공설운동장(현 KBS춘천 방송총국 자리)이다. 당시 수많은 관중이 몰려 한국 프로야구의 시작을 함께 했고, 춘천 출신 고(故) 이주일 씨가 응원단장으로 나섰던 장면은 지금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춘천은 단순한 신규 연고지 후보가 아니라 이미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새긴 도시다.
현재 춘천에는 생활체육 야구인구 2,000여 명, 100여 개 팀(대학팀 포함)이 활동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초반 프로야구 개막을 몸소 경험했던 세대가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고, 야구문화를 생활 속에 정착시켜온 결과다. 프로야구단 유치는 과거의 명성을 복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스토리텔링 자원이 될 수 있다.
춘천의 입지적 강점도 뚜렷하다. 이미 수도권에서 1시간 초반대에 연결되는 접근성은 서울·경기 동북부 약 1,000만 명의 배후 시장을 품을 수 있게 한다. 빠르면 2028년에는 서울~춘천~속초 고속철(동서고속화철도)도 개통돼 서울 중심부에서 춘천까지 50분 안팎(서울 동북부에서는 30분대)으로 이동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인구 규모를 뛰어넘는 팬덤 형성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또 현 송암동 스포츠타운 내 의암야구장은 정식 규격을 갖추고 있어 관람석과 덕아웃 보완만으로도 곧바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구장 신축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선수 육성과 팬덤 구축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여기에 쇼핑몰·컨벤션센터와 결합한 복합 문화·상업 공간으로 개발할 경우, 도시 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트루이스트 파크–더 배터리’ 구장은 좋은 참고 사례다. 구단이 경기장뿐 아니라 주변 부지를 함께 개발해, 경기일이 아닌 날에도 사람들이 찾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성공시킨 대표적인 모델이다.
이 과정에서 강원랜드의 참여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폐광지역 개발 지원을 위해 설립된 강원랜드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고, 운영 수익의 일부를 폐광기금에 재투자한다면, 사행산업이라는 한계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동시에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하면서 매출한도 상향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이처럼 춘천 프로야구단 유치는 단순한 프로팀 연고지 확보로서의 가치를 넘어선다. 거주지 인근에서 국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강원도민에게도 열어주고, 지역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며, 나아가 생활권 속 문화·여가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 전략이다.
이 모든 것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곧 국가 균형발전과 도시 재생, 그리고 이를 통한 한국 프로스포츠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