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가 다가온다. 아직 연휴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인천국제공항과 국내 주요 공항에는 사람이 몰리고 있다. 이미 6개월 전부터 일본, 중국, 홍콩, 마카오 등을 비롯, 동남아 주요 관광지 항공 티켓이 마감 될 정도로 해외 여행이 인기다. 국내 여행도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여행의 배경에는 과거와 같은 추석 차례 문화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추석의 기원으로는 신라 유리왕 9년의 길쌈 경쟁이 꼽힌다. 길쌈 경쟁을 벌여 이긴 편이 진 편으로부터 술과 밥을 대접받고 온갖 유희를 즐겼다고 한다. 지난한 여름이 끝난 뒤 찾아온 가을, 각종 곡식과 과일을 수확한 것을 한데 모아 함께 즐기는 행사인 셈이다. 천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면서 조상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더해져 추석은 조금 더 고귀한 명절이 됐다. 산업화가 확산되던 시절에는 전국에 흩어졌던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이한 명절로 자리 잡아 민족 최대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이런 추석이 최근에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3~4인 가족에서 1인 가구 확대 등으로 가족이라는 구성이 파편화된 것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먼 거리에 사는 가족을 보는 것이 과거와 달리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점도 원인이다.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여성의 지위와 역할 변화가 꼽힌다. 과거 명절의 주요 모습 중 하나는 가족들이 이웃 또는 인근에 사는 친인척들의 집을 찾고 그때마다 음식과 술을 내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여성들은 부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명절 때마다 고부 갈등과 부부 갈등이 항상 거론됐었다. 이후 명절의 모습이 변화되면서 갈등이 거론되는 횟수가 서서히 줄어드는 양상이다. 혹자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명절에 대한 아쉬움을 말한다. 하지만 각 시대마다 명절에는 당시 현상이 그대로 투영됐었다. 그런 만큼 지금 명절의 모습은 현재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