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유세차량 전복·충돌·화재 사고에도 불구하고, 튜닝 승인율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단속은 사실상 전무해 안전 공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원주을) 국회의원이 9일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2 재보궐선거에서 운행된 유세차량 70대 중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튜닝 승인을 받은 차량은 35대에 불과해 승인율이 50%에 머물렀다. 나머지 절반은 튜닝 승인 없이 운행된 것으로, 사실상 불법 개조 차량이 방치된 셈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승인 절차는 사실상 형식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유세용 차량의 검사 절차 간소화, 튜닝 원상복구 기간과 승인 기준의 완화를 골자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공단은 ‘일시적 튜닝 승인제도’를 운영하게 됐다. 하지만 튜닝 승인 시의 실제 심사가 사진과 서류 위주로만 이뤄지게 되면서, 승인 이후 전광판, 리프트, 발전기 등의 구조물 추가 변경이나 불법 개조가 발생해도 현장에서 지자체, 경찰 등이 즉시 제재할 방법이 없다.
단속 공백은 더욱 뚜렷하다. 전국 자동차 안전단속을 담당하는 공단의 인력은 지역본부별 1~2명 꼴로 총 28명에 불과하며, 지자체들은 단속 권한 자체가 없어 민원 접수 후 경찰·공단에 이첩만 반복하고 있다. 결국 선거 때마다 유세차와 관련한 안전사고와 불법 개조 민원이 되풀이되지만, 실제 불법 튜닝 단속이나 시정조치 사례는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선관위 역시 등록표지 발급 시 공단의 튜닝 승인서를 제출받도록 되어 있지만 송 의원은 단순 서류 제출 여부의 확인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차량 구조가 튜닝 승인 당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없어 승인 이후의 불법 개조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승인받지 않은 차량이 선거기간 내내 운행되더라도 즉시 적발할 수 없는 구조적 공백이 지속되고 있으며, 국토부·교통안전공단과의 정보 연계도 부족해 안전 규제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의원은 현행 안전 기준 또한 허술하다고 비판했다. 유세차량은 높이 4m 이하, 총중량 초과 금지, 부착물 견고 고정 등의 일반적 요건만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전광판 리프트를 올리면 높이 기준을 쉽게 초과하고, 발전기·배선 설치로 인한 화재·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상존한다. 사고 발생 시 제작사·렌트사·선거캠프 간 책임소재도 불명확하다.
실제 규격 초과·번호판 미부착 차량이 공공연히 운행되고, 전복·화재 사고와 민원 제기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전남 순천에서는 한 후보의 유세차가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던 중 구조물이 걸려 충돌했고, 2022년 대선에서는 부산 진구에서 유세차가 고가에 끼이면서 운동원 2명이 부상을 당했다. 같은 날 충남 천안에서는 유세용 버스 내부 자가발전 장치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유입돼 2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송기헌 의원은 “승인–등록–단속의 전 과정이 구멍 난 채 방치되는 것은 국민 안전의 심각한 위협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2026년 지방선거 전에 반드시 △국토부·공단의 전담 단속팀 신설 및 지자체 단속권 부여 △전광판·리프트 등 가변 구조물의 명확한 주행 기준 마련 △승인 후 구조물 변경 점검 의무화 등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