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균형발전은 건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으로 완성된다.
강원도에는 건물은 있지만, 사람의 중심이 비어 있다. 정선의 강원랜드는 사장 공석이 20개월째다. 한국관광공사, 도로교통공단, 보훈복지의료공단 등도 한때 대행 체제였다. 국립공원공단은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흔들리고,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도 중앙 인사에 따라 정책이 좌우된다.
수장이 없으면 전략이 멈추고, 책임이 흐려진다. 혁신도시의 불빛은 켜져 있지만, 리더십은 꺼져 있다.
공공기관의 공석은 단순한 인사 지연이 아니다. 그 자체가 지역 침체의 신호다. 예산 집행이 늦어지고, 지역 기업과 대학의 협력 사업은 멈춘다. 청년 일자리가 줄고, 인재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강원도의 혁신도시에는 13개 기관이 있지만, 중앙 출신 수장이 대부분이다. 지역의 문제를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니 기관은 지역을 단순한 출장지로 여긴다.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인사부터 지역이 주도해야 한다.
기관장·사장·감사 등 최고위직은 지역 출신, 지역 근무 경험자 중심으로 세워야 한다. 간부 인사에도 지역 장기근무 트랙을 만들고, 3~5년 이상 근무자에게 승진 가점을 부여해야 한다. 배우자 일자리, 자녀 교육, 정주 주택 등 생활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지역에 뿌리내릴 환경이 있어야 사람이 남는다.
인사시스템은 네 가지 축으로 작동해야 한다.
첫째, 본사·본원형 기관이다. 건보공단, 심사평가원, 국립공원공단처럼 국가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은 정책 결정 단계부터 지역 이해를 반영해야 한다.
둘째, 지방청·관리청형 기관이다. 원주국토관리청, 북부·동부산림청, 원주환경청 등은 현장을 지휘하므로 간부의 절반 이상은 가급적 지역 출신 인재를 발탁하자. 그래야 애향심을 가지고 일한다. 해양청, 해수부, 군관련 인사도 마찬가지이다.
셋째, 연구·분원형 기관이다. 강릉의 KIST 분원, 동해의 수산과학원, 원주의 국과수는 산·학·연 협력의 연결고리다. 연구 주제를 지역 산업과 직결시켜야 한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기관도 지역도 산다.
넷째, 혁신도시 클러스터형 기관이다. 원주 12개 기관이 집적된 만큼 공동 프로젝트와 지역대학 협력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강원도에 내려와 2-3년 근무하면 그 실적으로 승진해야 한다. ‘왔다가가는 것은 의미가 부족하다
성과는 숫자로만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숫자로 검증되어야 한다. 기관의 혁신은 기술개발과 행정개선의 지표로, 지역경제 활성화는 지역기업 구매·고용 통계로, 교육여건 개선은 대학 연계 프로그램과 인턴십 실적으로, 문화지표는 주민 참여·시설 개방·행사 수로 측정해야 한다. 이 성과가 정확히 평가될 때 기관은 스스로 성장한다. 성과에 따라 예산이 늘고, 책임이 분명해진다.
이 원칙이 서야 지방이 산다. 성과로 보상받는 구조가 서야 중앙도 산다. 지방의 성공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그렇게 지역경험이 쌓이면 시장군수도 될 수 있고, 국회의원도 출마할 수 있게 된다. 지역의 인재층을 넓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기관별 역할도 분명하게 평가해야 발전 한다.
건보공단은 의료데이터를 개방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키우게 하자. 심사평가원은 지역 의료기관과 AI 기반 진료분석을 추진하도록 하자. 국립공원공단은 생태관광과 청년 해설사 양성으로 문화와 일자리를 함께 만든다.
KIST 강릉분원은 바이오·천연물 신소재 연구로 지역 창업과 일자리의 거점을 만든다.
기관 하나하나 목표를 명확히 애서 발탁하고, 계약서를 쓰고 딜을 해 나가게 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의 역할도 조정되어야 한다. 중앙은 지원하고, 지방은 집행한다. 사람은 지역에서 자라야 한다. 그 사람이 다시 지역을 키운다. 강원에서 그 모델을 증명하자. 수장은 지역이 맡고, 평가는 지역과 함께하자.
인사가 바뀌면 조직이 움직이고, 조직이 움직이면 지방이 산다. 이것이 강원에서 시작되는 균형발전의 새로운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