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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지구촌을 뒤흔들 2025 APEC 정상회의”

박준식 한림대 부총장

이번주 한국의 천년고도 경주에서는 확연히 다른 두 문명을 대표하는 두 지도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회담장에 얼굴을 마주할 예정이다. 경우에 따라 이번 회담의 결과는 향후 세계 무역 질서 뿐 아니라 안보 지형의 지각판을 뒤흔들지도 모른다. 전 세계는 한국에서 만날 예정인 두 정상의 회담을 긴장과 흥분 속에서 숨죽이고 관전할 것이다. 각국의 정상들, 국가의 대표 기업들은 그 만남의 결과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고 많은 고민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이 이처럼 큰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글로벌 무대는 아니었다. 중국의 국력이 지금보다 약하던 시절 APEC 모임은 주로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무역 증진을 모색하는 자리였고, 각국의 지도자들은 부담 없이 모여 웃으며 헤어질 수 있었다. 그러던 모임이 어느 순간 모든 나라들이 엄청난 긴장 속에서 각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안면을 몰수하고 상대방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국가들 간의 전쟁터처럼 변했다. 지금의 APEC 무대는 피아 식별조차 힘든 모든 국가에 대한 모든 국가들의 각축장처럼 변했다. 이처럼 놀라운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의 진정한 맞상대로 떠오른 중국의 부상과 굴기가 자리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중국과 미국은 서로 손을 잡을수록 모두가 이익을 본다는 ‘스마일’ 무역 이론을 신봉하고 있었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중국에 일감을 주면서 중국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가성비 높은 제품을 마음껏 소비했다. 주변 국가들은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끼워 팔아서 나름의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애플,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의 대표 기업들은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미국에 팔아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이 발전할수록 주변 국가들과 무역 상대들도 이익을 본다는 생각이 중국의 발전에 대한 경계심을 해체했다.

그러나 지금 세상의 공기는 이와는 정 반대로 흐르고 있다. 중국의 발전에 대한 낙관론보다는 불안감이 주변국들을 감싸고 있다. 오늘의 중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찬란했던 자리는 애국심이라는 횃불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로 급속하게 대체되고 있다. 중국의 수출품에 들어가는 고가의 부품들을 판매하던 외국 기업들의 입지도 사라졌다. 20세기에 구소련의 붕괴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을 세계 경제에 초대한 선진국의 정상들 중에 21세기 한국의 경주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엄청난 기싸움을 예견했던 지도자는 아무도 없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경쟁은 곧바로 누가 지구촌의 250개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지배자의 위치에 있는가를 확인하는 두 국가의 총력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은 여야를 막론하고 중국을 미래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규정한다. 미국의 경제, 외교, 군사 전략이 지향하는 목표는 팍스아메리카나의 위상을 흔드는 어떤 도전도 허용하지 않는 데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이번 APEC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도전하는 중국의 결의와 기세 또한 만만치 않다. 두 나라의 정상들은 이번 경주에서의 만남 직전까지 팽팽한 경쟁 속에서 치열한 협상과 기싸움을 이어왔다. 협상의 마침표는 아직 찍히지 않았고, 긴장과 갈등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기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 역시 엄청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입장에서 이번 경주의 APEC 행사는 대한민국에게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이다. 21세기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두 강대국의 만남이라는 거대한 외교전의 무대를 마련하고, 행사를 주관하는 개최국으로서 국가의 위상과 자긍심을 한껏 고양할 수 있는 계기가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극진하게 준비하고, 최고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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