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제일 재미있죠. 우리나라에서 선거를 잘 하는 곳이 부산이라고 봅니다. 가덕도 신공항 등 쟁점이 있기 때문에 여러 이해 관계속에서 부산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고, 이는 한국 정치 방향과도 연결이 될 겁니다"
보수 원로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년 6.3지방선거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선거 때마다 격전지가 되는 서울이나 경기도 등 다른지역 보다 부산의 민심에 주목한 것이다.
온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 대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부산은 요즘 정치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임이 확실하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취임하자마자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더니, 부산을 지역구로 둔 여당 소속 전재수 국회의원을 아예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해 드라이브를 걸었다.
전국을 돌며 개최하는 타운홀미팅을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 한일정상회담, 전국체전 등 취임 후 4개월동안 네 차례나 부산을 찾았다. 대통령이 짧은 기간에, 특정 지역을 이렇게 자주 찾는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치권 분위기도 비슷하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부산을 찾아 현안을 점검하며 부산 민심을 각별하게 챙기는 중이다.
부산을 향한 열기가 뜨거워진 이유는 단연 내년 지방선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부산 승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내년 지방선거는 부산시민들에게 '기회'다. 비단 부산 뿐이랴. 강원도도 마찬가지다. 아니, 전국 모든 지자체가 같은 입장에 놓여 있다.
대부분의 순간을 '을'로 지내왔던 지역 입장에서는 선거야말로 '누가 누가 더 잘하나' 정치권과 후보들을 경쟁시키는 합법적 기회이다.
40년동안 끌어온 설악산 케이블카의 운명이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수 차례 바뀌었고, 강원특별자치도법 제·개정도 대선과 지선 국면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 수두룩하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건져낸 것들이 있다.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표심을 활용해 일궈낸 성과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는 강원자치도에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 추진이 무르익을때까지 기다리기엔 눈 앞의 현안이 시급하다.
내년 지선까지 남은 시간은 약 7개월, 이제 움직여야 할 때다. '차려진 밥상'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정치권이 만든 선택지를 골라찍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여러 지자체들이 벌써부터 정치권을 상대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경쟁적으로 강원 표심에 열을 올릴 수 있는 '판'을 짜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야 우리에게 유리하다.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정치인들을 강원도로 이끌 것이다. 민심의 무서움은 바로 여기서 증명된다.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강원도를 챙기려는 정치권의 각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부처 하나를 통째로 옮기고, 이를 전폭 지원하겠다며 이미 부산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을 고려하면 우선 순위에서 강원도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중앙 이슈에서 멀어지는 것은 곧 '언밥' 찬밥' 대우를 받던 변방의 그 때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지금 유권자들이 해야할 일은 우리 지역을 차분하게 살펴보는 일이다. 지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무엇이 가장 시급한지, 이런 현안을 해결하려면 어느 정당, 어떤 인물이 필요한지 확실한 기준을 세워둬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당연히 유권자 개인의 성향과 상황, 경험치에 따라 우선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 그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가장 강력한 논리와 명분을 갖춘 주장과 의견에 도지사를 비롯해 시장·군수, 도의원과 시의원, 군의원 주자들이 몰려들 것이다.
현명한 유권자가 현명한 지도자를 뽑는다. 이제 유권자들도 지방선거 준비를 시작할 때다. 그래야 투표할 결심이 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