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농업·농촌은 기후변화 농산물 수급 불안정, 만성적인 농업인력 부족, 농산물 시장개발 압력, 농촌인구 감소와 농촌소멸 위기 등 복잡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중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농촌의 변화는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투발루, 인도네시아 등의 섬나라 등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침수될 위기에 놓여져 있다. 투발루는 현재 국토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고, 인도네시아는 수도인 자카르타가 침수되고 있어 새로운 수도 누산타라를 건설하고 있다.
이처럼 어느 국가에서는 기후변화가 국가의 존망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안선이 침식되고, 폭염, 가뭄, 폭우 등의 기상이변, 이상기후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농업분야에서는 농작물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생산량이 저하되고 수급이 불안해져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또 농촌에서도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져 주민들의 생활과 영농활동에 지장을 받기도 하고, 산불이 발생해 마을 및 주거지가 소실되거나. 잦은 폭염·폭우·폭설로 인명 피해가 생하는 등 농촌주민들의 정주 및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각종 피해에도 기후변화는 쉽게 멈출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몇몇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지구촌 모든 국가가 함께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전환 등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고, 다가올 미래에는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범지구적 현상으로서 이제는 ‘대응’이 아닌 ‘적응’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특히 강원도는 아이러니하게 기후변화로 새로운 농업 르네상스 시대를 맞을 수 있는 지역이다. 과거 대구, 예산 등이 주산지였던 사과는 이미 정선, 홍천, 양구, 철원 등 강원지역 시·군으로 재배적지가 빠르게 이동되고 있으며 금산, 진안 등이 주산지였던 인삼은 현재 홍천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과거 중부 이남 지역이 주산지였던 농산물이 강원과 경기북북 지역으로 재배적지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 앞으로 강원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새로운 주산지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같은 기후변화는 국가적·세계적인 위기이지만, 우리 강원지역만큼은 지역농업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이자, 농가소득 증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기회를 강원도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강원지역 농업·농촌 전략이 새롭게 수립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농촌의 환경 변화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적응 전략을 포괄할 수 있는 기본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도와 시·군, 유관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력관계와 함께 역할 분담을 통하여 기후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적응할 수 있는 사업이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재배적지가 이동된 새로운 농산물에 대한 가치사슬이 구축되어야 한다. 기후변화로 재배적지가 변화되어 생산량이 증가되었으나, 그것에 대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정책은 추진되고 있지 않다. 특히 품질, 맛, 당도 등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사과산업에 대한 고부가가치 창출, 전국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인삼의 유통개선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그 외 전통적인 주산지였던 고랭지 배추, 옥수수, 감자 등에 대해서도 새로운 재배 환경에 부합하는 생육, 병충해 등의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농업·농촌의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농작물의 생육, 병충해, 유통, 수확후관리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연구 인력, 농촌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 등을 육성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확실히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위기이다. 하지만 강원 농업은 그 안에서도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강원 농업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 지역농업 활성화와 농가소득 증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기를 희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