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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석회석 산업 이후 준비할 골든타임

최재석 강원특별자치도의원

시멘트 업계가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최대 시멘트 회사인 쌍용C&E가 밀어내기 수출까지 감수하면서도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해 구조조정을 모색하고 있다. 예상됐던 불행한 미래가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어떻게 준비해 왔는가? 안타깝게도 제대로 된 논의도, 구체적인 대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해마다 2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동해시의 ‘무릉별유천지’가 그나마 석회석 광산 폐광지를 창조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꼽히는 정도다. ‘무릉별유천지’는 쌍용C&E가 폐광부지 99만여㎡(30만평)를 기부해 성사됐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석회석 폐광지역의 암울한 미래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개발사업에 필요한 예산이다. 법적 지원 근거가 없어 38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 대부분을 기초자치단체인 동해시가 감당해야만 했다. 원상복구를 원칙으로 하는 ‘광산피해방지법’도 걸림돌이다. 강원특별자치도와 도의회는 시멘트 산업 이후의 지역 공동화를 막고, 광대한 석회석 폐광지역을 창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또한 강원특별법의 특례조항 적용도 요구했다. 그러나 반응은 냉랭했다. 정부는 시멘트 산업이 석탄 산업과는 달리 민간분야 사업이어서 특별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과연 그런가? 정부가 그동안 시멘트 가격을 시장에 온전히 맡겨 두었는가? 국가 주도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80~1990년대에는 시멘트 파동이 연례행사처럼 일어났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항만,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해야 했고, 주택 건설도 서둘러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싼값의 시멘트가 필요했고, 정부는 가격을 통제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그 시절 시멘트를 시장 가격에 맡겼다면 지역경제는 훨씬 더 활기를 띠었을 것이고, 시멘트 산업 이후를 대비한 종잣돈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규모 석회석 채광으로 인한 자연 훼손은 물론,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 악취 공해를 감수한 지역 주민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산업국가로의 성장 기반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960~1970년대 싼값의 서민연료를 공급했던 석탄 산업의 역사는,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석회석 생산지역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석탄산업합리화사업이 시작된 지 35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그동안 폐광지역에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인구는 3분의 1로 급감했고 지역경제는 온기를 잃어가고 있다. 석탄 산업의 사례는 지원에도 골든타임이 있단 사실을 일깨워 준다. 기존 산업이 완전히 쇠퇴하기 전에 “우유를 빨 힘이 있을 때 우유병을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가 ‘석회석광산지역 지속가능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속가능발전’은 미래세대의 자원과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경제성장과 사회통합, 환경보전이라는 간단치 않은 명제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석회석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도 ‘채굴의 시대’에서 ‘회복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우리 특별위원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제도 개선과 법적 타당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야말로 석회석 산업 이후를 준비할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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