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원 남짓의 연탄 한 장. 커피 한 잔은 물론, 편의점 삼각김밥 한 개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이다. 숫자로만 놓고 보면 작고 가벼운 비용처럼 느껴진다. 연탄 한 장이 가진 경제적 가치는 단순한 가격표를 넘어
선다. 연탄 한 장은 2시간 정도 열을 낸다. 방에 온기를 불어넣고, 밥을 짓고, 물을 끓이는 시간으로 충분하다. 연탄 한 장은 한 가정의 하루를 버티게 하는 시간의 가치와도 같다. ▼겨울을 견디게 하는 생존의 가치도 연탄에서 찾을 수 있다. 전기료와 가스비가 치솟는 시대에, 여전히 연탄은 가장 저렴한 난방 수단으로 활약한다. 버튼 하나로 난방이 켜지고, 스마트폰으로 온도 조절까지 가능한 현재에도 연탄을 과거의 유물로 둬서는 안 되는 이유들이다. ▼종종 잊고 산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연탄에 기대어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도심의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면 아직도 연탄창고가 있고, 검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연탄을 나르는 손길이 있다. 그 손에 담긴 것은 단순히 연료가 아니라 희망에 대한 의지다. ‘오늘 이 연탄 한 장만 있으면 추위를 견딜 수 있다’는 마음. 그것이 그들의 겨울을 버티게 한다. “나는 누군가의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가” “내 따뜻함, 나에게만 머물러 있는가” 연탄 한 장의 가치를 되묻는다. ▼연탄 한 장을 누군가 대신 들어주는 일, 누군가를 위해 연탄은행에 연탄을 한 장 한 장 차곡차곡 담아두는 것, 모두가 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일이다. 모두가 다른 조건에서 살아가지만 따뜻함을 원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점점 각박해진다는 요즘 세상에 누군가의 연탄 한 장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연탄 한 장이 방의 온도를 높이는 것 이상으로 사람을 살리고, 희망을 잇는 불씨가 된다. 지난달 29일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이 주관한 ‘2025 연탄은행 재개식’에서 하태화 관장은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따뜻한 겨울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안겨준다는 말이 참 포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