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맞이하던 시기에 유행어는 ‘글로벌, 벤치마킹’이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사업은 관광 사업이 주된 경우가 많다. 점점 고령화되어 가고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경제활동 인구를 늘려야 하는 절박함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 그런데 유사한 사업이 반복되는 일이 많다. 벽화마을은 전국에 200여 개가 있다고 한다. 폐철로를 활용한 레일바이크나 모노레일, 케이블카, 루지, 출렁다리에 이르기까지, 어떤 지역에서 주목받은 관광상품 소식이 뉴스를 타면 또는 저마다의 벤치마킹에 따라 또 다른 지역에서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벤치마킹의 폐해이다. 과거에 메이저언론을 통하면 사업, 작품, 사람도 쉬이 전국적 인지도를 획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에 눈 뜬 개인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다층적 순환적 미디어가 주류인 시대가 되었다.
관광 사업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어 서는 안된다. 에펠탑은 유일하기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유일함을 창조할 것인가.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가 날마다 호흡하고 함께하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 익숙한 것을 다시 볼 수 있는 낯선 시선에서 새로운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는 것임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 챌린지를 통한 도전과 체험의 경험 행위를 잘 위치시키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의 입학정원이 64만 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연 출생아 수는 30만 명 내외이다. 대학들은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만여 명이고 2027년 30만 명을 유치할 것이라 한다. 유학생들이 대학가에 더하는 것은 활력뿐만 아니라 소비증대로 내수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몇몇 지역의 대학은 젊은 인구의 유출로 부족해진 노동력을 인근 상공인들에게 알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체류에 필요한 돈을 벌어가며 공부 할 기회를 제공, 우수한 해외 학생 유치에 힘쓰고 있다. 그들의 기여가 단순한 소비와 생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를 구하려 한국에 오는 근로자나 산업연수생과는 다르게 유학생의 경우는 학업 이수나 문화의 향유와 같은 좀 더 선호에 의한 교류로서 그 목적이 깊다. 즉 한국의 문화에 호감을 가진 사람이 한국에 와서 살면서 정서적 경험으로 더 폭넓은 교류를 하게 된다. 이들은 한국 사람들과 더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자신의 경험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기 출신 국가에 한국을 알린다.
한국적 공통의 정서에 대한 꾸준한 업데이트에 공감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통이라 믿었던 것만이 아니라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행위, 현대적 전시, 뮤지컬 공연 등도 새로운 전통으로 우리 문화의 폭을 넓혀 세계로 전파된다. 여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문화 가족이 서로 함께하여 인공지능과 세계화의 격랑에서 같이 배우며 적응해 가는 노력을 통해 오늘의 한국을 쉼 없이 갱신해 가야 한다.
글로벌이라는 단어는 로컬로 대체되었다. 로컬, 지역, 개인이 유튜브의 확장성에 올라타고 개인적 창의적 실재성을 가지고, ‘K-’를 접두어로 하는 팝, 뷰티, 푸드, 패션 등 한국인의 삶 자체가 K라는 브랜드로 새 가치를 만들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 삶이 스며 있는 로컬이 있다. 고유한 로컬이 가장 글로벌한 것이라 한다. 최근 한 시대예보가는 경량문명의 시대를 선언했다. 제조업 중심의 중량사회를 지나 지금은 경량문명 시대라는 것이다. 이제는 개인적 청의적 노력이 무한 경쟁하는 시대이다.
2025년! 올 한 해 영동지역은 참 을사년스러웠다. 한여름을 폭염과 가뭄으로 보내고 가을은 긴 장마로 보냈다. 가을이 사라진 해였다. 어쩌면 모두 낙담을 거둔 한해였지만, 개인이나 사회가 모두 세모를 잘 매듭하고 갈기 흩날리는 백 말의 새해로 달려가기를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