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왕도(十王圖)는 지옥에서 중생들을 심판하는 열 명의 왕, 즉 시왕(十王)을 그린 불화다. 간단히 말하면 사람이 죽으면 이 시왕들 앞에서 생전에 지은 죄에 따라 어떤 벌을 받을지 또는 다음 생에 어떻게 태어날지가 결정되는데, 그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시왕은 보통 저승의 여러 구역을 맡아서 각기 다른 재판을 진행한다. 이때마다 다른 시왕이 나타나서 그 사람의 죄를 심판한다. 마지막 열 번째 시왕은 모든 심판이 끝난 후 결과에 따라 극락으로 갈지, 아니면 다른 세상에 다시 태어날지를 결정한다. 이 그림들은 단순히 무섭게 보이려고 그린 게 아니라 사람들이 생전에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속초에 위치한 신흥사에도 시왕도가 있었다. 별도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다른 시왕도와 함께 1798년(정조 22년)에 조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후기 불화 양식을 잘 나타내는 작품 중 하나다. 각 왕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모습과 복장으로 죄인들을 심판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신흥사 시왕도는 전체적으로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채색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25전쟁 직후인 1954년 미군에 의해 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신흥사 명부전에 걸려 있던 시왕도가 불법 반출된 뒤 70년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1점이 지난달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번에 환수된 시왕도는 열 번째 작품인 오도전륜대왕도(五道轉輪大王圖)다. 속초시와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는 2020년 7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으로부터 영산회상도 1점과 시왕도 6점을 돌려받은 경험을 기반으로 협상을 이어온 끝에 환수를 이끌어 냈다. 이제 3점만이 남아 있다. 첫번째 진광대왕, 일곱번째 태산대왕, 열덟번째 평등대왕이 그것이다.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치를 온전히 드러낸다. 나머지 시왕도도 속히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