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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청봉]‘국민공천제’를 전면 도입하자

정익기 동해 주재 국장

내년 6월 3일에 실시될 예정인 제9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지난 5일을 기점으로 18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각종 홍보·행사 참석 등에 제약을 받으면서 선거전이 사실상 시작됐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내년에 출마할 예정인 후보군들은 주변의 지지자들로부터 입당원서를 모아 당에 제출하며 자신의 세를 과시하며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공천을 희망하는 주자들은 다수인데 반해 무소속 입지자들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정당 공천제 때문이다.

수년전 어느 지역의 국회의원이 의정보고회를 하는데, 해당 지역의 지방의원들이 행사장 입구에서 마치 조폭영화에 나오는 건달들처럼 줄지어 국회의원의 입장을 기다리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유권자들에 앞서 우선 공천권자에게 잘 보여야 공천을 받아 선거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체면이 좀 구겨지는 것에 개의치 않는 모습들이었다. 이처럼 정당공천제로 인해 말 그대로 지방자치시대의 주역들인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실질적인 자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는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 문제 해소, 풀뿌리 민주주의 활성화, 비리 감소 등을 주장하는 찬성 입장과 정당 활동의 자유 보장, 지방자치 역량 퇴조 우려, 정치적 책임성 확보 등을 주장하는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는 상태이다. 전면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시작된지 30년이 된 시점에서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는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한 대규모 설문조사는 최근에는 거의 실시되지 않았으나 2013년~2014년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논의가 활발했을 당시의 여론조사 결과들이 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행정학회가 2013년 국회의원, 전문가, 지자체장, 지방의원 65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2.6%가 “폐지가 맞다”고 응답했다. 특히 시장·군수·구청장 86.1%, 전문가 83.8%가 폐지에 찬성했으며, 국회의원은 45.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2014년 SBS가 실시한 신년 특집 여론조사에서는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대해 응답자의 55.7%가 찬성했고, 현행 유지 의견은 29.5%로 나타나 폐지 의견이 약 2배 가까이 많았다. 2013년 모노리서치가 전국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6.2%가 기초단체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했다.

이처럼 여론은 정당공천제 폐지 의견이 존속 의견보다 높은데도 폐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들 때문이다. 관련 법을 개정하려면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하는데 현행 정당공천제는 선거에 나서려는 단체장·지방의원들을 자신 앞에 줄을 세울 수 있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 자신의 선거운동에 긴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없으면 국회의원은 말 그대로 허허벌판을 혼자 뛰어다녀야 한다. 물론 읍면동별로 조직을 갖춰 놓고 있겠지만 중간자 역할을 하는 지방의원들이 없으면, 축구경기를 예로 들면 센터링해 주는 선수 없이 스트라이커 혼자 단독 드리블로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당공천제를 없애고 ‘국민공천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해 지금처럼 특정정당의 가입원서를 받아 입당하는 대신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혀 일정한 인원의 공천원서를 받아 선관위에 제출, 후보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어떤 정당 소속이냐에 따라 인구 수만명에 불과한 기초단체, 기초의회에까지 영향을 미쳐 특정 정당끼리 패거리를 이루고, 지역의 사회단체장들까지 당파가 나눠지면 주민화합은 물론 지역발전, 민주주의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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