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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李대통령 "남북 진짜 원수가 돼 가는 것 같아…통일부가 바꾸는 역할해야"

"불필요한 강대강 정책…인내심 갖고 선제적으로 적대 완화에 최선"
"비전향장기수 고향 길 열어줘야"…中 선양 등 통해 송환 방안 추진"
"ODA 사업, 원조하는 입장도 반영돼야…너무 많아 셀 수 없을 정도"

◇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9 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9 사진=연합뉴스

취임 7개월째를 맞은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대북정책과 관련해 "인내심을 갖고 선제적·주도적으로 남북 간 적대가 완화되고 신뢰가 싹트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통일부·외교부(재외동포청) 업무보고에서 "(남북이) 과거엔 원수인 척을 했는데, 요즘은 진짜 원수가 돼 가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1950년대 전쟁 이후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대치를 이어왔지만, 지금처럼 3중 철책을 치고 다리를 끊는 것은 처음"이라며 "불필요하게 강대강 정책을 취하는 바람에 정말로 증오하게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과거 우리는 '북한이 남침하려 한다, 남한을 군사적으로 노리고 있다'고 교육받거나 선전을 당했다. 이 주장도 상당히 근거 있게 보이기도 한다"면서도 "현실을 보면 북한은 혹시 남측이 북침하지 않을지 걱정해 3중 철책을 치고, 탱크라도 넘어오지 않을까 해서 방벽을 쌓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하자', '우리는 남이고, 철천지원수'라는 주장을 하지 않나. 현실이 그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정략적 욕망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보인다. 이제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쉽지 않은 문제다. 제가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남북 간 공존공영의 길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바늘구멍 하나의 여지도 없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이게 북측의 전략일 수도 있고, 일종의 업보라고 할 수도 있다"며 "혹시 전략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을 바꿔내야 한다. 통일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9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한국에 남아있는 비전향 장기수의 북한 송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경유해 북한에 들여보내는 방안을 추진해보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일부에서 남북 간 협의를 통한 송환이 어려운 점을 고려, 여권을 만들어 주고 중국을 거쳐 평양행 비행기를 타도록 하는 방안을 거론하더라"며 "이에 대한 통일부의 판단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금 그런 단계에 있다. 예컨대 중국 선양으로 가서 (북한으로 입국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단계"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문제는 북한이 (이 사람들을) 받아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것은 본인들이 감수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보내주면 되는 것이고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해 되돌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데 막지 않고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해야 한다)"며 "북한과 협의를 해 판문점을 통해 넘겨주면 제일 좋지만, 반응이 없으니 (중국을 경유하는) 방안으로라도 보내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동시에 이 대통령은 "(북한에 있는 한국인) 납북자나 억류자, 국군 포로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남한 송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북한의 반응이 거의 없다"며 "남북대화가 잘 되고 있을 때도 북한이 반응하지 않았던 사안이긴 하다. 지금은 남북대화 루트마저 끊어졌으니 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라고 질문했다.

정 장관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하는 참석자를 바라보고 있다. 2025.12.19 사진=연합뉴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대한 국민 접근이 제한되는 것과 관련해선 "이것을 왜 막아 놓느냐"며 "국민을 주체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선전·선동에 넘어갈 존재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진석 통일부 평화교류실장은 북한 매체 자료 접근권 확대와 관련해 "현행법상 일반 국민이 노동신문을 실시간으로 접할 방법이 없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 매일 아침 많은 언론인이 노동신문을 인용해 기사를 쓰고 많은 연구자가 노동신문을 인용해 연구하고 있다"며 "제도와 현실 간 괴리가 커 합리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민적 시각에서 쉽게 판단해보자"며 "북한 노동신문을 못 보게 막는 이유는 국민이 그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가 될까 봐 그러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그럴 가능성이 있느냐. 저는 오히려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저러면 안 되겠구나' 생각할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실장이 이를 국정과제로 설정해 추진하려 한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이런 걸 무슨 국정과제로 하느냐. 그냥 풀어놓으면 되지"라며 "그냥 열어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통일부는 그런 입장인데, 다른 부처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며 "국정원은 국정원법에 근거한 특수자료 지침에 의해 묶어 놨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국정원 정도는 이런 걸 봐도 안 넘어가는데 국민은 이런 거 보면 홀딱 넘어가서 종북주의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라며 "이건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의식 수준을 너무 폄하하는 것이다. 이건 원칙대로 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9 사진=연합뉴스

외교부를 향해서는 "최근처럼 국제질서가 급변하는 시기에 외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국제 경제 질서조차도 외교에 많이 의존하는 상황"이면서 "제가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진짜 안보라는 말씀을 드리는데, 이 평화조차도 외교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부가 경제영토 확장에 큰 역할을 해달라. 지금도 외교부가 계속 잘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재외공관이 경제 영토확장의 교두보이자 첨병 역할을 해 줘야 한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관련해선 "ODA 중 의료 지원이나 식량 지원도 있고 우물 파주기 등의 사업도 있을 수 있는데, 시대 변화에 따라 내용도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며 "문화 진출이나 경제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돼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니까 전 부처의 ODA 사업에 대해 (제대로 이뤄지는지)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원조받는 나라의 필요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원조하는 우리의 입장도 반영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업 내용의) 중심이 조금씩 변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장원삼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은 "초기엔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많이 했으나,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이나 기후 위기 대응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원조하고 있다"며 "문화 분야 등도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장 이사장에게 현재 ODA 사업의 규모와 분류 기준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하면서 "(숫자가)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을 정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효율성을 갖추지 못한 채 양적 확대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인식이 담겨있는 질문으로 해석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9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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