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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3년 만에 졸업생 2명… 온 마을이 모인 '산골학교 졸업식'

춘천 북산면 유일 교육기관 '추곡초'
6일 급식소에서 제57회 졸업식 개최
졸업생 풍서진·홍성례 "아쉽고 설레"

6일 춘천 추곡초에서 열린 '단 하나뿐인 우리들의 졸업식'에서 이날의 주인공인 졸업생 풍서진(앞쪽), 홍성례 학생이 입장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 졸업생이 배출된 것은 3년 만이다. 신세희기자

춘천 소양호를 품고 있는 북산면. 이곳 유일한 교육기관인 추곡초교에서 3년 만에 2명의 졸업생이 탄생했다.

6일 오전 추곡초교 급식소에서 열린 제57회 졸업식에 졸업생은 풍서진·홍성례 학생 단 두 명 뿐이지만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40여명의 마을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온 마을이 애지중지 키운 귀한 아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눈물의 시간이었다.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함께 한 유일한 친구인 풍서진·홍성례 학생이 그동안 갈고닦은 바이올린 연주로 졸업식의 시작을 알리자, 지난 3년 간 졸업식을 열지 못했던 학교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두 학생에게 졸업장과 각종 표창이 수여될 때 마다 박수 갈채와 꽃다발, 환호가 쏟아지면서 그 어느 큰 규모의 학교에서보다도 뜻깊은 축하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학교 관계자 뿐만 아니라 박해영 북산면장, 박제철 춘천시의원, 김덕규 학교운영위원장, 양명식 농협 북산지점장, 안영우 추곡1리 이장(총동문회 장학위원), 박재우 오항1리 이장, 서영석 부귀리 이장, 안정자 북산면 새마을 부녀회장, 김민규 북면 의용소방대장, 이금천 추곡1리 노인회장, 최영석 추곡2리 노인회장, 주민 등 마을주체들이 모두 참석했다. 아이 웃음소리 듣기 힘든 시골 마을의 미래를 키우는 마음으로 각 단체에서는 십시일반 모은 장학금을 전달했다.

6일 춘천 추곡초에서 열린 '단 하나뿐인 우리들의 졸업식'에서 학교장이 졸업생 풍서진, 홍성례 학생을 위한 편지를 낭독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신세희기자
춘천 추곡초교 3년만의 졸업식-이재학 교장선생님의 축하 말씀

이재학 교장이 편지 형식의 축하 글을 읽을 때는 참석자 모두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 교장은 “서진아, 너는 일찍이 철이 들어 있었고, 재롱이 필요한 시기에 넌 가족과 학교라는 집단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커다란 산 같은 존재가 돼 있더구나. 이제는 어엿한 청소년으로서 꿈꿔 왔던 것들을 하나하나 이뤄보기를 바란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추곡초에서의 순수한 열정이 자긍심으로 전환돼 멋진 중학생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축하했다.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 온 홍성례 학생에게도 격려를 이어갔다. 이 교장은 “멋지게 운동을 하고 싶어도 상대가 없고, 좋아라 했던 프로야구 얘기를 하고 싶어도 들어줄 사람이 없어 답답해 하던 너가 이제는 운동할 상대도, 야구 얘기를 들어줄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니 이 또한 축하할 일이구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니? 바로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야. 스스로 달려 나가야 할 때 달리고, 멈춰야 할 때 멈추는 법을 깨닫는 슬기로움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편지를 썼다.

마지막으로 이 교장은 아이들을 기른 가족에게도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는 “서진이와 성례가 영광된 졸업을 하기까지 사랑과 열정을 베풀어 주신 할머니, 할아버지 감사하고 존경한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어울림 한마당이 펼쳐지던 날 손주의 기를 살려주고자 국적불명의 막춤을 추시던 모습, 더운날 아이스크림을 사오셔서 나눠주던 일 등 웃음과 눈물, 가슴벅찬 감격으로 한 해를 보냈다"고 감사 인사로 마무리했다.

6일 춘천 추곡초에서 열린 '단 하나뿐인 우리들의 졸업식'에서 학생자치회장을 맡았던 풍서진 학생이 재학생 동생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신세희기자
춘천 추곡초교 3년 만의 졸업식-졸업생 회고사

풍서진 학생은 회고사를 통해 졸업식을 급식실에서 해야하는 현실에 아쉬움을 전했다.

서진양은 “체육관은 우리학교에 꼭 필요한 시설입니다. 학생들은 공부만큼이나 운동을 통해 건강을 지켜야합니다. 하지만 비가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는 야외활동을 할 수 없어 어쩔수 없이 좁은 도서관에서 체육을 해야합니다. 체육관이 있다면 날씨와 상관없이 운동할 수 있고 안전하고 충분한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고 했다. 이어 "저는 비록 급식실에서 졸업하지만 제 후배들은 더 좋은 체육관에서 졸업할 수 있도록 체육관이 제발 지어지길 바랍니다”고 말을 맺었다. 추곡초에는 다목적설이 없어 눈·비가 올 때면 실내 체육활동을 할 수 없고 각종 행사는 급식실에서 진행한다.

홍성례군은 "이 학교에서 저는 공부뿐만 아니라 많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놀고 학교 행사들은 항상 즐거웠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언제나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졸업이 아쉽지만 여기에서 배운 경험과 추억을 기억해 중학생이 되어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 졸업생은 올 3월부터 22㎞ 떨어진 춘성중학교로 진학한다.

6일 춘천 추곡초에서 열린 '단 하나뿐인 우리들의 졸업식'에서 재학생들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 졸업생이 배출된 것은 3년 만이다. 신세희기자
춘천 추곡초교 3년 만의 졸업식-재학생들이 졸업생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고 있다.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안영우 추곡1리 이장(16회 졸업생)은 “저는 40여명의 친구들과 졸업했는데 지금은 2명 뿐”이라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져 마을 공동체 중심인 추곡초가 폐교될까 걱정이 크다. 북산면의 유일한 학교를 지켜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영 북산면장도 “교사와 주민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워낸 시간들이 졸업식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졌다”며 “도시의 큰 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졸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분교로 시작해 1963년 공립 초등학교로 개교한 추곡초는 총 71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올해 3월 한 명의 신입생이 입학하면 전교생은 총 9명이 된다.

◇춘천 북산면의 유일한 교육기관인 추곡초 교정에서 바라본 소양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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