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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호등]책임 있는 약속

손지찬 사회체육부 기자

“무너져버릴까 걱정입니다.”

지난해 9월 국도 5호선 춘천–화천 1도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한 주민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주민들은 2㎝가량 벌어진 보강토 옹벽 사이를 가리키며 혹시 모를 붕괴 가능성을 우려했다. 2019년부터 공사가 진행 중인 이 구간은 30여년 전부터 존재하던 기존 옹벽 위에 높이 20m에 달하는 대형 옹벽을 새로 세운 뒤, 그 위로 도로를 놓는 구조다. 주민들은 신규 옹벽의 하중으로 인해 기존 옹벽에 유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해 7월 경기도 오산에서 발생한 고가도로 옹벽 붕괴 사고를 떠올리며 “뉴스로만 보던 매몰 사고가 우리 눈앞에서도 벌어질 것 같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당시 기자는 주민들의 우려를 곧바로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의문을 품었다. 국가 주도로 시행되는 도로 건설 사업에서, 그것도 여러 차례 행정 절차를 거친 공사에서 구조적 허점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설계와 시공, 감리까지 제도적으로 갖춰진 공공 공사라면 최소한의 안전은 담보돼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시공 주체인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었다. 설계 단계에서 안전성 검토를 거쳤고, 관련 기준에 따라 시공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공식적인 설명만 놓고 보면 ‘문제 없음’이라는 판단을 들게 했다.

이후 기자는 주민들의 불안 목소리, 원주국토청의 입장을 함께 담아 국도 5호선 춘천–화천 1도로 건설공사의 안전성 논란을 기사로 보도했다.

주민들은 옹벽 균열과 안전 문제를 이유로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공사 중단과 안전진단을 요구했다. 그 끝에 최근 원주지방국토관리청 주최로 ‘국도 5호선 춘천–화천 도로 공사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주민 50여명을 초청, 보강토 옹벽 변형 원인 등을 설명하기 위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와 기술자문위원회 등이 함께했다. 그동안 시공사와 주민 간 안전성을 둘러싸고 대립해 오던 사안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설명이 이뤄진 자리였다.

설명회에서 제시된 전문가 검토 결과는 기자를 놀라게 했다. 기존 보강토 옹벽 위에 추가 구조물이 시공된 사실이 확인됐고, 계측 결과 전면 블록 벌어짐 등 변형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인 보강 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도 함께 제시됐다. 주민들이 반복해서 제기해 온 우려가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었음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문제가 확인되자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보강 공사를 진행해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보강 공법도 분명했다. 그럼에도 일부 주민들은 ‘책임’에 대한 약속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며 끝내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객관적 판단과 조치, 심리적 불안 사이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남겨 두고 설명회는 끝내 마무리 됐다.

새해에는 강원도민들이 사고에 대한 우려 없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원주지방국토청이 밝힌 대로 보강 공사가 책임감 있게 진행되고, 그 과정이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유되길 바란다. 책임 있는 약속 위에서,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보강 공사가 조속히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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