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영동지역에 가뭄이 들면서 물이 부족해지자 도암댐의 물을 비상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가 있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는데, 도암댐의 수질이 충분히 상수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해 주면서 한편으로는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도암댐의 가치를 100억 원짜리 용수 공급용 저수지 정도로 평가하며, 정작 도암댐이 1조원짜리 발전소라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발전이 중단된 지 20년이 지나다 보니 관심 밖으로 밀려나 그리되었겠지만, 실상은 막대한 국민 세금이 사장된 위기에 놓여 있는 상태라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도암댐은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댐인데 태백산맥을 관통해 유로를 변경하여 영동지역의 강릉 남대천으로 방류하며 600m의 큰 낙차를 얻은 수력발전소이다. 수력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화력발전 대체량만큼 온실가스 감축을 인정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친환경 발전원이다. 모든 산업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지금, 수력발전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그러나 국토가 좁아 수자원이 한정된 우리나라에서는 수력발전 비중이 전체 발전량의 2%에 불과하다. 수력발전은 짧은 시간 내에 가동과 정지가 가능해 전력수요 급변 시 전력망의 안전성을 높이는 비상 전원으로서도 특별한 가치를 가진다.
발전용 댐을 새로 건설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고, 이주민 발생과 하천 변형 등 자연환경 변화도 감내해야 한다. 지금 새 댐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이라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도암댐은 이미 이러한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모두 치르고 완성된 발전소이다. 그럼에도 발전을 중단한 채 방치하고 있으니, 그동안의 모든 비용이 헛수고가 된 셈이다.
특히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큰 환경적 성과를 눈앞에 두고도 뚜렷한 이유 없이 이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 환경학자의 입장으로 볼 때 아쉬움이 매우 크다.
물론 과거 발전 중단 당시에는 한강 수계에서 발생하는 탁수를 영동지역으로 유로를 변경하여 방류한다는 이유로 하류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고랭지 채소 재배지의 확장과 과도한 객토작업, 그리고 용평지역 스키장과 리조트 개발, 이어지는 동계올림픽 준비, 등으로 토양침식이 심하게 발생하여 홍수 후에는 도암댐이 탁수로 채워지곤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객토가 감소하고 토목공사들도 마무리되어 수질이 현저하게 개선되었다. 아직도 홍수 시 탁수가 발생하고 녹조현상도 발생하지만 그 농도는 한강 수계 다른 댐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 나아가 도암댐의 수질은 응집침전제를 사용하면 비교적 쉽게 추가 개선도 가능하다. 응집침전제는 부유물질에 달라붙어 침강속도를 높임으로써 짧은 시간 내에 맑은 물로 만드는 물질로서 정수장에서 탁수를 수 시간 내에 수돗물로 정화하는데 사용된다. 명반 성분의 알루미늄염 응집침전제는 토양에 많이 함유된 물질로서 인체에 무해하여 100년 전부터 전 세계 정수장에서 사용해 왔으며 위장약으로도 사용할 정도로 안전한 물질이다. 부유물질을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침강시키는 물리적인 처리 방법인데, 정수장과 동일한 공정이 호수 내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호수에서 사용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농업용 저수지에서 녹조제어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청계천의 물도 한강물에 응집제를 처리하여 정화한 후 공급하는 것이다. 알루미늄염은 무독성이며 토양에도 이미 많이 존재하는 성분이어서 호수 바닥에 침전되어도 아무 영향이 없다. 호수물 1톤당 약 10원의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도암댐에서 수질개선은 이제 그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므로 적극 도입해야 할 방법이다. 즉, 수질 문제로 도암댐 발전을 중단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성이 없다.
도암댐 발전은 상수원수 취수로 인해 유량이 많이 감소한 강릉 남대천의 경관과 생태계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방류구에 저류지를 만들고 유량과 수온을 조절하여 방류하면 청계천과 같은 유량이 풍부한 경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친환경 수력발전이라는 경제적 이익과 탄소 저감이라는 공익을 고려할 때 도암댐의 발전 재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지역별로 서로 다른 의견과 이해관계가 존재할 수 있지만, 중대한 하자가 없음에도 막대한 온실가스 저감 기회를 잃고 국민 세금이 버려지는 현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책임있는 관리 능력을 보여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