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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순칼럼]‘광역 통합’ 대응, 강원도 역발상

권혁순 논설주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언한 ‘광역통합 중심 공공기관 2차 이전’ 구상은 지역 균형발전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동시에 강원특별자치도엔 잠재적 위기로 다가온다. 이 대통령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국정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방향성이 지역 간 불균형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강원자치도의 대응 전략이 절실하다. “몰아서 하되 광역 통합을 하는 곳에 더 많이 집중해서 보내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통합되지 못한 지역의 소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 구도에서 강원자치도는 명백한 비(非)통합 지역이며, 따라서 역차별의 뒷줄에 설 수 있다. 강원자치도는 과거에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수몰, 이주, 환경규제의 대가를 치렀고, 지금은 ‘광역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후순위로 밀려나는 구조다. 강원자치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역 발전의 ‘선택과 집중’으로 들린다. 이는 KDI의 보고서가 뒷받침하고 있다. 즉, 지난 20일 ‘수도권 인구집중’ 분석보고서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신도시를 조성하기보다 비수도권 대도시에 집중해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고 집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비수도권 내 격차 확대가 불가피하다고까지 분석했다.

광역통합 특별시 집중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강원자치도 피해는 피할 수 없다. 이를 넘어서는 유일한 길은 ‘강원자치도의 새로운 통합 조건’을 만들어내는 전략적 자립이다. 즉, 도내 18개 시·군을 4개 권역으로 묶어 통합사업과 공통사무를 발굴,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요청하는 방법이다.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의 접경지역, 춘천·홍천·횡성·원주·평창의 중부내륙지역, 태백·정선·영월의 폐광지역, 강릉·동해·속초·삼척·양양의 동해안 지역의 ‘통합 프로젝트’를 만들어 이슈화해야 한다. 그래야 6·3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와 정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경쟁을 하게 된다. 이는 정부의 정책 재설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첫째, 강원자치도는 ‘행정기관 통합 불가 지역’이라는 약점을 반대로 활용해야 한다. 오히려 통합되지 않았기에 특정 산업에 특화할 수 있는 융통성이 있음을 부각시켜야 한다. 각종 규제로 얽힌 보호구역과 환경제한은, ‘지속가능 개발 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이라는 역발상이 가능하다. 둘째, 강원자치도는 지방정부 연대를 강화해 정부 방침에 대한 공동 대응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대전·충남, 광주·전남이 통합특별시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 외 중소 도시는 모두 잠재적 피해자다. 지방 내 연대는 단순한 투쟁의 구호가 아니라, 지역 발전의 방향성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동반자적 논의구조를 요구한다. 강원자치도가 그 중심에 설 수 있다.

셋째, 정부와의 공식 협의에서 강원자치도의 법적 지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특별자치도라는 법적 지위는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고유한 정책 수립과 자치 권한 확대를 전제로 한다. 이 명분을 근거로 강원자치도는 독자적인 공공기관 유치 전략을 새롭게 마련하고, 필요한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원자치도는 이 사안을 ‘정책 수혜의 문제’가 아닌 ‘헌법 질서의 문제’로 격상시켜야 한다. 정부가 진정한 자치와 분권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소외 지역에 대한 우선 고려와 제도적 배려가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강원자치도에 필요한 것은 우회적 보상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로서의 참여와 배분이다. 정부는 국가 안보라는 대의 명분에 이중 삼중 규제를 받아온 강원자치도의 작은 숨소리도 가슴으로 크게 들어야 한다. 중앙 정책은 머리로 만들어야 하지만 지역 정책은 때로 가슴으로 수립돼야 한다. 머리와 가슴에 이르는 거리는 지척이지만 강원자치도가 느끼는 거리는 3만 리다. 그 거리를 좁혀 나가는 길, 즉 ‘광역 통합’의 된서리를 피하는 길은 맞서 싸우는 데 있지 않다. 스스로 ‘다른 날씨’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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