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힌 다음날인 27일(현지시간),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아이오와 일정을 위해 출발하기 전 취재진으로부터 '한국 관세를 올릴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We'll work something out with South Korea)"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는 한국과의 대화를 통해 관세 인상을 철회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미 무역 합의가 한국 국회에서 입법화되지 않았다"면서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난 2025년 7월 30일에 양국을 위한 위대한 합의를 했으며, 내가 2025년 10월 29일 한국에 있을 때 그런 조건을 재확인했다. 왜 한국 입법부는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는가"라고 따져물었다.
이는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3천500억 달러(약 505조원) 투자를 이행하기 위한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언제부터 관세 인상이 발효되는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이후 행정명령 등 추가 조치도 나오지 않아 한국과의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 의회에 대미투자특별법안이 제출되면서 지난달 초 미국 정부는 11월 1일 자로 한국산 자동차 등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다.
그러나 대미투자특별법은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 정부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갑작스럽게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히자,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캐나다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조속히 미국으로 와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방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여권에서는 내달 법안 심의 절차에 착수하면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양국 간 본격적인 논의를 통해 특별법 처리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관세 인상 방침이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인 작년 11월 13일 정상 간 안보·무역 분야 합의 내용을 정리한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팩트시트는 한국이 3천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지원 또는 승인키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관련,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14일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서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 26일 국회에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고, 미국도 지난해 12월 4일 관보 게재와 함께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의 절차 지연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게 관세 인상의 유일한 이유인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은 무역 합의 이후 한국 국회가 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국회에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으며, 지난 23일에는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묻기도 했다.
한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경제정책 분석가인 톰 라마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정책 발표 관행을 고려하면 한국이 더 많은 양보를 제시하게 하기 위한 협상 전술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도 이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외교 채널을 통해 노력해야 하며, 거기서부터 어떤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행정부가 그린란드를 요구하면서 유럽연합(EU)을 상대로 한 사례를 포함해 무역 합의와 관련해 최근 다른 나라에 가한 위협을 보면 이런 갑작스러운 행동(관세 재인상 발표)이 최종 결론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둘러서는 안 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관세 적법성에 대한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한미국대사 대리를 지낸 로버트 랩슨은 "변덕스러운 대통령이 또 관세 위협을 가했다"면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실용적인 대응은 트럼프와 그의 팀과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화해 (한미 간에) 합의가 여전히 이행되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게 양국 모두에 이익이며, 관세 압박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트럼프 외교정책의 운용 방식은 가혹한 거래주의다. 행정부는 대내적으로는 미국 산업을 위해 더 나은 합의, 대외적으로는 더 많은 안보 부담 공유를 얻기 위해 지렛대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하지만 이렇게 최대한을 요구하는 협상에는 비용이 따르고, 우리는 긴밀한 동맹들조차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하는 것을 봐왔다"면서 "가차 없는 압박은 파트너들을 다른 중견국, 또는 어떤 경우 중국을 향해 밀어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좋은 소식은 모든 게 협상 가능하다는 점이다. 거래지향적 정치에는 양면이 있다. 마찰을 일으키면서도 딜메이커(거래를 성사시키는 사람)가 활동할 공간을 만든다. 이재명 대통령은 힘든 협상을 지속적인 합의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