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90만
칼럼

[월요칼럼]자치를 위한 선택의 시간

김대건 강원대학교 행정심리학부 교수

◇김대건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

선거는 보통 투표일로 기억된다. 그러나 선거는 하루에 시작해 하루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현재 재임 중인 선출직 공직자를 포함한 모든 후보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말이 쌓이고, 그 말에 대한 평가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선거이다. 다시 다가온 지방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이 시점은 바로 새로운 선거의 시간이 열리는 때이다.

우리는 후보자를 판단할 때.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책임이 필요한 순간에 어떤 태도를 보여 왔는지를 살펴보기보다,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았는지를 보곤 했다. 말로는 도덕성과 공적인 윤리성과 책임성이 중요한 기준이라고 하지만, 실제 선택의 순간에는 그 기준들을 뒤로 밀쳐둔 채, 그럴듯한 말에 현혹되어 소중한 선택을 소홀히 하곤 했다.

선거에 즈음하여 또는 선거 이후에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누가 해도 달라질 게 없다’, ‘누가 해도 똑같다’는 말들이다. 이는 정치는 저 멀리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자치에 대한 근원적인 냉소와 푸념이다. 선출된 당선자와 정당의 공약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일상의 변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주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두기보다, 표만 던지고 ‘알아서 잘하겠지’라며 물러서 버린다.

자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치와 행정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우리의 삶을 만든다. 우리의 일상생활 및 삶과 직결된다.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많은 것들이 자치의 기반 위에 정치적 과정과 행정시스템을 통해 결정되고 집행된다. 예를 들면,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읍·면 지역 학교의 통폐합, 지역 대학교를 포함한 초·중·고 학교의 예산, 출·퇴근길의 교통, 병원과 복지 서비스, 동네의 안전과 환경 등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나는 결정의 대상인가, 아니면 주체인가’.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인식은 스스로를 ‘구경꾼’으로 두지 않는 것이다. 후보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선거철의 말보다 평소의 태도와 공적 책임감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 침묵했는지 또는 책임을 회피했는지, 혹은 불리해 보여도 감당하려 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자율을 말한다면 무엇을 주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참여를 말한다면 그 참여가 실제 결과로 이어지도록 어떤 구조를 만들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나아가 ‘잘하겠다’는 말보다 ‘어떻게 하겠다’는 답을 요구하고 살펴야 한다.

자치를 위한 선택의 시간은 선거 당일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 투표 전에도 묻고, 이후에도 또 묻고, 참여하고, 요구하는 과정이다 주권자가 주체로 설 때 자치는 달라지고, 정치의 결정에 의해 작동되는 행정도 달라진다. 그리고 지역이 바뀐다. 또 다시 열린 새로운 선거의 시간에 ‘나와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결정을 기다리는 입장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나와 우리의 삶의 조건을 함께 결정하려는 주체로 서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나는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자치의 주체이다」. 이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지역의 문제에 대해 말할 권리, 묻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아주 상식적인 선언이다. 그리고 선거의 출발점이자, 자치에 대한 근원적인 선언이다. 위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과 상식적인 선언을 붙잡고 있는 한, 자치를 위한 선택의 시간은 헛되이 지나가지 않는다. 자치는 그렇게 생각하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