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은 더 이상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다. 인구와 산업, 자원이 수도권에 쏠리는 구조 속에서 지방의 공동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곧 국가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이제 국가 균형발전의 성패는 어떤 지역을 중심으로 어떤 전략을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 경제·산업·국토 정책의 방향을 설계해 온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이다. 주요 국가 전략과 중장기 정책 결정 과정에서 KDI의 분석과 제언은 정부 정책의 기준으로 활용되어 왔으며, 객관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가장 신뢰받는 연구기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KDI가 최근 발표한 지역균형발전 전략 보고서는 수도권 집중 문제의 해법으로 ‘비수도권 거점도시의 생산성 제고’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단순한 인구 분산이나 재정 지원이 아니라, 산업·연구·인재가 집적될 수 있는 거점도시의 생산성을 높일 때 인구 유입과 지역 활력, 수도권 과밀화 해소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정부가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의 5극 광역권을 중심으로 국가성장 전략을 재편하려는 구상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권역별 거점도시로 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세종과 함께 원주를 제시했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유일할 뿐만 아니라 광역시, 특별자치시를 제외한 유일한 기초자치단체이다. 이는 원주가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 전략 속에서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기반으로 인구와 산업을 유인할 수 있는 잠재적 거점임을 국가 연구기관이 짚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산성 향상, 원주에서 답을 찾다.
이 점에서 강원연구개발특구 본부 입지와 공공기관 2차 이전 논의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연구개발특구는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을 지역과 국가성장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연구 성과가 산업으로, 산업이 다시 인재와 정주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만드는 제도다. 그 중심이 되는 연구개발특구 본부는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니라, 연구와 상업, 인재와 정주 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컨트롤타워다. 본부의 입지에 따라 특구의 성과와 지속성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원주는 연구개발특구 지정 요건인 연구기관, 기업, 생산 규모 등 모든 지표에서 특구로 지정된 다른 도시에 비교 우위에 있다. 집적(agglomeration)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최적화된 도시가 원주임을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의 경우에도, 신도시를 조성하기보다는 소수 비수도권 대도시에 집중해서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고 집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원주는 조성된 지 10년이 넘은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산업클러스터 효과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도시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 보건․의료 공공기관이 자리 잡고 있고, 1998년 자생적으로 태동한 의료기기 산업은 2024년 전국 2위의 수출 실적을 기록할 만큼 괄목할 발전을 이루어 냈다. 관련 기업의 투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헬스케어·반도체·제약·바이오 산업은 향후 이전하는 공공기관과 기능적으로 연계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보고서에 제시된 결론 중 "강원권의 집중 거점으로 원주를 키우는 것이 수도권 비중을 낮추는 현실적인 경로이고, 이를 위해 비수도권 내 격차(지방자치단체 간 격차)를 용인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강원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 균형발전 전략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은 원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