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설원을 가르던 평창 출신 김상겸이 대한민국 선수단 첫 메달리스트로 금의환향했다.
김상겸은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장 문이 열리자마자 가족 8명이 일제히 손을 흔들었다. 장인은 직접 만든 축하 플래카드를 들었고, 아내는 꽃다발과 꽃목걸이를 준비했다. 메달을 목에 건 채 걸어 나온 그의 얼굴에는 긴장이 풀린 미소가 번졌다. 긴 시간 버텨낸 가족 모두의 메달이었다.
그가 만들어낸 장면은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의 출발점이었다. 지난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 베냐민 카를(오스트리아)과 나란히 내려온 마지막 코스에서 0.19차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1위는 아니었지만 의미는 컸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1호 메달’이자 대한민국 동·하계 올림픽 통산 400번째 메달. 동시에 해외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스키·스노보드 종목에서 한국이 따낸 첫 메달이라는 이정표까지 세웠다. 한국 설상 역사의 새 페이지였다.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1989년생 김상겸은 2014 소치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이 종목 올림픽 무대를 밟은 ‘개척자’다. 소치 17위, 평창 15위, 베이징 24위. 번번이 시상대와 멀어지며 마음고생이 컸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막노동까지 병행했다. 훈련과 생계를 오가며 버틴 시간을 보상받았다.
아내 박한솔씨는 “힘들 때 욕해 달라면 욕도 해주고, 바라는 대로 다 해주며 함께 버텼다. 그동안의 땀방울이 모여 메달이 된 것 같다”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김상겸 역시 “타지에서 하는 올림픽이라 평창 때보단 부담이 덜했지만, 그래서 더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결과로 돌아와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다음 레이스를 바라보고 있다. 오는 28일 폴란드 크리니카에서 열리는 월드컵 출전을 준비 중이다. 그는 “더 큰 목표는 금메달이다. 아직 못 받아봤다”며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오래, 더 오래 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8강에서 붙었던 롤란드 피슈날러의 경우에도 80년생으로 올림픽을 6∼7번 정도 참여한 걸로 알고 있다. 나이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다음 올림픽 도전 의사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