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친구들끼리의 철없는 장난’으로 알려졌던 ‘분당 8천500만원 돈가방 날치기’ 사건이 경찰 수사 결과 자작극으로 결론 났다. 당초 피해자로 알려졌던 상품권 구매대행업체 업주가 사업장 홍보를 위해 사건을 꾸몄다는 것이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상품권 구매대행업체 업주 A씨(40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A씨와 범행을 함께 계획한 지인 B씨와 C씨(이상 40대)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4시께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주택가 도로에서 8천500만원이 든 가방을 오토바이 날치기로 빼앗긴 것처럼 연출한 뒤 허위 신고를 해 경찰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초기에는 A씨가 돈가방을 들고 이동하던 중 오토바이를 탄 괴한에게 가방을 빼앗겼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앞에 B씨가 나타나 “친구끼리 장난이었다”며 가방을 돌려준 해프닝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이런 ‘장난 해명’ 자체가 A씨가 설계한 시나리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상품권 매매 업계에서 배달 과정 중 강도·절도 사고가 나면 중간 관리인이 책임을 지지 않는 관행이 있다는 점을 역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도난 사건이 나도 자신이 돈을 책임지고 돌려줬다는 선례를 만들면, 고객 신뢰를 얻는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A씨는 지인들에게 역할을 나눠줬다. A씨가 의뢰인의 돈을 인출해 이동하면 C씨가 오토바이로 가방을 낚아채고, 이후 B씨가 뒤늦게 등장해 “장난이었다”고 수습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A씨가 실제 신고 이력 등을 활용해 의뢰인에게 신빙성을 주고, 업체를 홍보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에는 B씨가 절도 혐의로 입건됐지만, 수사·재판 과정에서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고 단순 장난으로만 받아들여질 경우 절도 성립이 어렵다고 판단될 여지도 있었다.
다만 경찰은 피해액이 크고 오토바이를 빌리는 등 계획적 정황이 뚜렷하다고 보고 CCTV 확인과 통신기록 조회 등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한동안 진술을 거부하던 A씨 등은 경찰이 증거를 확보해 추궁하자 범행 전모를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확대한 결과 공모 정황을 확인했다”며 “A씨는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한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