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90만
평창
기고

[발언대]겨울 축제를 포기할 것인가

읽어주는 뉴스

장문혁 평창 오대산천축제위원회 위원장

◇장문혁 평창 오대산천축제위원회 위원장

강원도 겨울 축제가 모두 끝났다. 내놓고 말은 안 하지만 축제 관계자들 대부분은 ‘예년만 못하다’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겨울 축제뿐 아니라 강원도 내 스키장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겨울 축제 상황이 나빠진 원인으로 ‘따듯해진 겨울’을 가장 먼저 손꼽는다. 평창송어축제도 20년 만에 처음으로 개막일을 일주일 연기해야 했다.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은 탓이다. 겨울은 더 따듯해지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겨울축제는 끝났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정말 겨울축제를 포기해야 하는 건가?

포기하기에는 겨울 축제가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 평창송어축제만 따져도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932억여원(2025년 평창송어축제 만족도 조사 및 평가보고서, 평창군)에 이른다. 평창군 지역 내 총생산은 2020년 기준 1조4,000억원 내외다. 축제가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평창송어축제는 축제를 통해 4,5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농한기인 겨울에 이만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축제 때마다 청소일을 하는 한 어르신은 “축제 덕에 기름값 걱정하지 않는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급여가 지급되는 날에는 삼겹살집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기도 한다. 지역내 숙박업소도 빈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붐비고 농특산물 직거래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에도 적지 않게 이바지한다. 축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점점 더 따듯해지는 겨울 날씨는 겨울 축제에 분명 위기다. 그러나 위기는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극복만 한다면 위기는 기회가 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변화에서 나온다. ‘이 정도면 됐어’라는 말을 ‘이 정도로 될까?’라는 의심이 관행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힘이다.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평창송어축제도 방문객이 전년 대비 근소하게 줄었다. 방문객이 가장 몰리는 시기를 날씨 탓에 놓친 것이 드러난 원인이다. 그러나 매출은 늘었고, 방문객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인 ‘보이는 라디오’와 ‘낚시대회’는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역 내 숙박업소와 제휴해 할인 티켓을 발행하고 초등학생 할인도 처음으로 시행했다. 초보자를 위한 무료 낚시교실도 인기를 끌었다. 효과는 있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얼음이 얼지 않더라도 송어낚시를 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야 했다. 매년 필요에 의해 보완된 시설로는 방문객을 유인할 평창 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기후변화로 점점 어려워지는 송어양식장도 더 늦기 전에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늦었지만 솔직한 소회다.

이러한 준비에는 큰 비용이 필요하다. 평창송어축제는 강원도 겨울 축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민간이 주최하는 축제다. 2006년 수해로 망가진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도 늘려보자는 목표로 지역주민들이 한푼 두푼 기금을 모아 시작했다. 2019년 겨울 홍수로 큰 피해를 보았을 때는 5억 원이라는 큰 빚을 내면서까지 축제를 지속했다. 지역주민의 열정으로 유지해 온 축제다.

기후변화를 핑계로 주저앉는다면 930억원이 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포기해야 한다. 평창송어축제가 창출하는 4,500여개의 일자리도 잃어야 한다. 송어 어가들은 70여톤의 판매처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

축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더 늦기 전에 바꿔야 한다. 축제는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관광 자원이다. 축제를 공공이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지역성과 주민자치 역량 약화라는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다. 민간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해보자. 아니면 협업시스템이라도 구축하자. 지역성을 잃은 축제는 생명력이 짧다. 축제장 환경 조성도 축제 시즌만 바라보지 말고 관광 자원이자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공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보자.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