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약 40%에 달하는 89개 지역이 벌써 5년 전 인국감소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현실은 지방소멸이 더 이상 대한민국의 먼 미래 경고가 아닌, 우리가 살고있는 지역의 존립을 뒤흔드는 실존적 위협임을 말해준다. 최근 지지부진하던 행정체제 개편도 행정통합을 중심으로 지역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현실도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발등의 불이 되었음을 뒤늦게 인식한 결과다.
강원도 인구는 최근 5년간 매년 감소해 2024년 말, 151만7,000여명으로 1년새 1만명이 감소하는 등 150만명선 붕괴가 가시화됐다. 도내 시군의 경우 원주시만 인구가 유일하게 늘고 있을 뿐, 나머지 17개 시군은 모두 감소했다. 이제 강원도의 인구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이 되고 있어서 문제해결이 쉽지않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이 거대한 파고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동안 기존의 정책들은 대부분 정주인구를 봍잡거나 유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출산장려금 인상과 주거단지 조성, 기업 유치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국가전체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착 중심 정책은 지자체 간 인구 빼앗기라는 제로섬 게임에 귀결될 뿐이다. 특정 지역의 인구증가는 반드시 다른 지역의 인구를 감소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도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초래한다.
이제는 '사람이 어디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디에서 실제로 시간을 보내고 소비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는가를 유연한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두된 '생활인구' 개념은 인구감소 지역의 경제 생태계를 지탱하는 실질적인 주체이자, 지방소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된다.
최근 행정안전부와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인구감소 지역 20곳에서 체류인구 카드사용액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이중 강원도가 7곳(삼척, 홍천, 횡성, 영월, 정선, 고성, 양양)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해 8월 체류인구가 강원도에서 쓴 카드 사용액 비중이 54.7%를 차지함으로써 정주인구의 사용액 비중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 휴가철에 강원 방문 체류가 중사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셈이다.
따라서 인구감소 지역의 위기를 타개할 대안으로 소비의 가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활동은 지역 내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일 뿐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된 체류인구의 소비는 소상공인의 생계를 지탱하는 경제적 산소호흡기 역할을 한다.
전국 89개 인구감소 지역을 분석해 보면, 체류인구가 이미 지역의 실직적인 주역임을 증명한다. 실제로 인구감소지역 내 활동인구 10명 중 7명 정도는 해당 지역에 주소를 두지 않은 체류인구다. 이들이 지역 전체 소비의 4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이 사실은 체류인구의 존재를 배제하고는 지역의 존립을 논할 수 없는 구조적 현실을 말해준다.
체류인구가 지역에 잠시 머물다 따나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 경제적 실효성이 의심받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산업 연관표를 보면, 체류인구의 생산유발계수가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정주인구 보다 오히려 높다. 이 결과는 외지인의 소비가 단순히 스쳐가는 일시적인 지출이 아님을 보여준다. 결국 체류인구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끄는 유효하고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구감소 대응의 핵심과제는 단순히 주민등록상의 인구를 늘리는 양적 경쟁에서 벗어나 지역활동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체류인구의 소비활력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지역 내 소득과 고용으로 어떻게 선순환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책에 초점을 두고, 소비 특성 유형 맞춤 전략을 촘촘하게 짤 필요가 있다.
강원도와 18개 시군은 정주인구 유치를 위한 정책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머물면서 선택하고 싶어하는 인프라와 프로그램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즉 생활인구를 마중물 삼아 이들이 지역에서 기꺼이 지갑을 열고 그 온기가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에게 고루 퍼져나갈 때 비로소 인구감소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활력 넘치는 강원의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