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중동에 배치된 미군 자산의 위치 정보를 이란에 제공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가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이후 러시아가 분쟁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WP는 이 사안에 정통한 미국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미 군함과 항공기 등 중동 내 미군 자산의 위치를 이란에 알려줬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어느 수준까지 정보를 제공했는지는 완전히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그 양상에 대해 “상당히 포괄적인 노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핵 프로그램과 중동 내 무장단체 지원 문제로 장기간 국제적 고립을 겪어 온 이란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정보 제공 가능성이 최근 이란의 공격 방식과도 맞물린다고 보고 있다. 이란이 미군 지휘통제 시설과 레이더 등 핵심 군사 인프라를 정밀 타격해 온 점이 그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는 것이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뒤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외교시설 등을 겨냥해 수천 대의 자폭형 드론과 수백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쿠웨이트에서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 장병 6명이 숨졌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 내 미 중앙정보국(CIA) 지부도 드론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군의 표적 탐지 능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정보 지원이 이를 보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러시아 군사 전문가 다라 매시콧은 이란이 조기경보 레이더 등 핵심 군사시설과 지휘통제 시설을 매우 정밀하게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이 자체 군사위성을 많이 보유하지 않은 만큼, 러시아의 위성 정보와 우주 기반 정찰 능력이 표적 식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부설 연구기관인 벨퍼센터의 니콜 그라예프스키 연구원도 이란의 보복 공격이 매우 정교했다며, 작년 이스라엘과 12일간 전쟁을 치를 때보다 공격 능력이 훨씬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러시아 지원 의혹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란과의 정보 공유 의혹을 논의했는지, 또 러시아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직접 답할 사안이라고만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관련 질문에 이란으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만 답했다.
이란과 러시아의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최근 수년간 더욱 강화돼 왔다. 이란은 자국산 공격용 드론 ‘샤헤드’를 러시아에 대거 공급했고, 드론 생산 기술도 러시아와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