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겨울 관광산업이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기온이 오르며 얼음낚시와 스키 같은 겨울 레저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화천 산천어축제나 스키장의 25/26시즌 방문객이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원의 기후위험지수(CRI)는 4.0으로 전국 평균(3.1)을 웃돌고, 극심한 가뭄과 폭염, 한파가 반복될 때마다 관광객과 카드 매출이 동반 감소하고 있다. 자연에 기대온 관광산업이 기후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지 수치가 말해준다. 그러나 위기 속에는 늘 기회가 숨어 있다. 기후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계절형·체험형 관광 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한다면, 그것이 바로 강원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먼저, 사계절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관광객의 숫자보다 체류 시간과 지출액이 지역경제 효과를 좌우한다. 단순히 보고 떠나는 관람형 관광으로는 지역에 남는 것이 적다. 스키장과 축제장을 실내외 체험이 어우러진 복합 리조트로 재편하고, 여기에 워케이션과 웰니스 프로그램을 결합해보자. 휴식과 업무, 체험이 공존하는 공간은 비수기에도 사람의 흐름을 이어주는 새로운 동력이 된다. 행정은 인프라 지원과 규제 완화로 민간의 혁신 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 결국 사계절 체류형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지역경제의 숨통을 틔우는 해법이 될 것이다.
둘째로, 교통혁신이 열어준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수도권과 한 시간대로 가까워진 강원은 이제 접근성의 제한을 벗어났다. 교통망 확충은 단순히 이동이 편해졌다는 의미를 넘어, 사람과 비즈니스가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의 토대다. 춘천과 원주는 비즈니스 거점으로, 강릉과 속초는 국제회의와 전시 중심지로 키워 영동과 영서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MICE 벨트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경주 APEC이 도시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듯, 강원도 자연환경과 경쟁력 있는 인프라를 결합한다면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도약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MICE 관광객은 일반 여행자보다 소비 규모가 크고 체류 기간이 길다. 이러한 구조는 서비스 산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강원의 고유한 콘텐츠를 세계 무대로 확장해야 한다. 재방문을 이끄는 힘은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그 지역만의 진정성이다. 정선 아리랑, 강릉 단오제 같은 전통 자산, 그리고 강원의 삶과 문화가 녹아든 로컬 라이프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K-콘텐츠의 현장성과 체험성을 강원의 자연과 생활문화에 연결한다면, 강원은 K-컬처 관광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을 것이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이후 단종의 서사가 깃든 영월 청령포에 사람들이 몰린 현상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이 되는 글로컬 강원 관광의 방향이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지역민과 함께 가야 한다. 관광은 숙박·외식·상점 등 지역 서비스 산업을 아우르는 생활 경제의 플랫폼이다. 축제와 상권을 연계해 수익이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형 인프라 개발도 주민이 주체로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여야 한다. 관광객이 늘어도 정작 주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성장이 아니다. 지역의 일상과 조화를 이루는 관광산업이야말로 가장 지속 가능한 경제다.
강원 관광의 대전환은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생존 전략이다. 천혜의 자연 위에 독창적인 로컬 문화를 더하고, 지속가능성과 상생의 가치를 선택할 때 강원은 진정한 글로컬 관광 수도로 거듭날 것이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축으로 관광산업을 주목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전환의 적기다. 이제 강원이 계절의 한계를 넘어, 대한민국 K-관광의 미래를 이끄는 중심으로 우뚝 설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