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군이 ‘평화경제특구’ 유치를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12일 서울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철원군 평화경제특구 조성 방안 세미나’는 단순한 학술 행사를 넘어, 수십 년간 안보라는 이름 아래 희생해 온 접경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 지도를 그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강원일보와 철원군이 머리를 맞대고 국토연구원, 강원연구원 등 국가와 지역의 싱크탱크들이 힘을 보탠 이번 세미나는 철원이 지닌 잠재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치밀한 유치 전략을 수립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그동안 철원은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각종 규제에 묶여 발전의 동력을 잃어 왔다. 하지만 평화경제특구법 시행은 철원에 ‘위기 속의 기회’를 제공한다. 평화경제특구는 남북 간의 경제적 교류를 넘어, 침체된 접경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산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다. 최근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시기일수록 평화경제특구와 같은 접경지역의 경제적 완충지대는 더욱 절실하다. 특구 조성은 단순히 남북 관계가 좋을 때 진행하는 ‘보너스 사업’이 아니라, 정세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실질적인 지역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주제 발표들은 철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즉, 남북 농업 협력 방안은 철원의 가장 큰 자산인 ‘농업’을 평화경제의 핵심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철원의 넓은 평야와 농업 인프라는 특구 지정 시 스마트팜 기술과 결합해 한반도 식량 안보와 경제 협력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또 관광 활성화 방안 역시 중요하다. 철원은 이미 주상절리길 등을 통해 관광도시로서의 저력을 증명했다. 평화경제특구 지정을 통해 기존의 안보 관광을 ‘평화와 생태 중심의 체류형 관광’으로 업그레이드한다면 수도권 배후 인구를 흡수하는 강력한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이 될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현재 평화경제특구 유치를 두고 경기와 강원의 여러 지자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철원이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왜 철원인가’에 대한 논리적 타당성을 한층 공고히 해야 한다. 철원만의 특화된 선도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국가 정책에 반영시키는 정치적·행정적 역량이 집중되어야 할 때다.
중요한 것은 민·관·학의 공조다. 철원군의회와 강원자치도, 그리고 주민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부도 접경지역 주민의 오랜 희생을 보상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룬다는 차원에서 철원의 특구 지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철원이 평화와 경제가 공존하는 미래 성장 모델의 표준이 되어 한반도 중부권의 새로운 경제 심장으로 고동치기를 기대한다. 이번 세미나에서 도출된 전문가들의 혜안이 정책으로 구현돼, 철원군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