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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백범 그리고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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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기 편집·문화교육담당 부국장

백범(白凡) 김구 선생은 자신이 쓴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나 군사 강국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대신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역설했다. 문화의 힘만이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타인과 인류에게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김구 선생은 인류가 불행한 근본 원인을 무력이나 경제력의 결핍이 아닌, 인의(仁義)와 자비, 그리고 사랑의 부족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이 외래문화를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자 모범이 돼 세계 평화를 실현하는 ‘문화 강국’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우리는 2026년 3월의 어느날 그가 그토록 염원했던 ‘문화 자강(自强)’의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목도했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공연 ‘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은 단순한 대중음악 공연을 넘어선 역사적 사건이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복귀한 방탄소년단(BTS)은 조선 시대 왕들이 걷던 ‘왕의 길’을 따라 등장하며 현대 한국 문화의 주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전 세계에 공표했다. 외신들은 이번 공연을 ‘BTS 2.0’시대의 개막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과거의 상업적 성공을 잇는 것을 넘어, 한국적 정체성과 뿌리를 예술적 핵심 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김구 선생의 문화 자강론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성덕대왕 신종의 종소리를 삽입한 신곡 ‘No. 29’와 전통 민요를 재해석한 앨범 구성은 한국의 정신적 유산이 어떻게 현대적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 증명했다.

김구 선생이 강조한 ‘문화의 힘’은 현재 ‘BTS노믹스(BTSnomics)’라는 실질적인 파급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컴백의 경제적 효과는 최소 2.9조 원에서 3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는 글로벌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경제적 영향력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넷플릭스가 창사 이래 최초로 단독 아티스트의 공연을 190여개국에 생중계한 것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의 표준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이다.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향력이 강압적인 무력이나 경제적 지배가 아니라는 점이다. 멕시코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공연 개최를 요청할 만큼, 한국의 문화는 국가 간의 벽을 허무는 소프트파워의 핵심이 되었다. 이는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던 김구 선생의 말처럼, 타국을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평화롭고 강력한 힘의 실체를 보여준다.

김구 선생은 최고 문화 건설의 사명이 결국 모두를 ‘성인(聖人)’으로 만드는 데 있다고 봤다. 이는 우리 민족의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의 실천이자, 증오와 투쟁을 버리고 화합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BTS의 복귀와 그들이 발산하는 메시지는 전 세계 팬덤인 아미(ARMY)를 통해 단순한 열광을 넘어선 성숙한 연대와 위로로 확장되고 있다. 자신들의 불안과 정체성을 솔직하게 공유하며 타인에게 행복을 주는 그들의 행보는 김구 선생이 꿈꿨던 ‘문화의 근원이자 모범이 되는 나라’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이제 우리는 이 화려한 문화적 성취를 어떻게 인류의 보편적 자산으로 안착시킬지 자문해야 한다. 백범이 꿈꿨던 나라는 찰나의 유행에 일희일비하는 곳이 아닌 우리 안의 정신적 자본을 동력 삼아 세계 평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나라였다. 2026년 봄, 보랏빛으로 물든 광화문은 80년 전 김구 선생이 꿈꿨던 ‘문화 강국’에 대한 염원이 시공간을 초월해 거대한 ‘문화적 숨결’로 재탄생하는 대관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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