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테헤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28일로 한 달째를 맞는 가운데 국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 위협으로 봉쇄 중인 이란이 이곳에 공식적으로 '톨게이트'를 세워 거액의 통행료를 받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중재국을 통한 간접 의사소통을 통해 종전 조건을 조심스럽게 모색 중인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식으로 '통행료'를 걷을 권리를 갖겠다는 이란의 구상이 실제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통행료'를 걷는 제도 도입을 강행 중이다.
이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개전 이래 중국, 인도 등 우호국 일부 선박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선택적으로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선박에서 약 200만달러(약 30억원)에 해당하는 '통행료'를 중국 위안화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앞으로는 제도화를 거쳐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전체 선박들로부터 공식적인 '통행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반(半)관영 파르스통신은 지난 25일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들에 안전을 제공하는 대가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법안의 초안을 다듬고 있으며 다음 주에 최종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에 관한 자국의 '주권, 통제권, 감독권'을 공식화화는 차원에서 통행료 징수 체계를 도입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 타스님뉴스는 27일(현지시간) 선박당 약 200만달러의 '특별 안보 서비스'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예시하면서 이 경우 연간 1천억 달러(약 150조원) 이상의 수입이 예상된다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평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하루 약 120척이다. 이번 전쟁으로 현재 걸프 해역에 발이 묶인 선박만도 약 3천2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잇따른 민간 상선 공격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틀어쥔 이란은 미국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권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란 고위 정치·안보 당국자는 최근 국영 프레스TV를 통해 종전을 위한 '5가지 조건'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합법적 주권 행사와 이에 대한 보장'이 포함됐다.
'5가지 조건'을 처음 제시했을 때까지는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명확지 않았지만 이란 의회가 '통행료' 징수 체계 도입을 서두르면서 '합법적 주권 행사'라는 말이 사실상 '통행료' 징수권을 인정해달라는 뜻임이 선명해졌다는 평가다.
세계적인 국제수로에 '톨게이트'를 세워 '통행료'를 받겠다는 이란의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NYT는 "호르무즈 해협의 법적 지위는 복잡하다"면서도 "가장 좁은 구간의 폭이 30마일(약 48㎞)도 안 돼 이란과 오만의 영해에 속하지만 국제법상으로는 선박 통행이 보장되는 국제수로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26조와 제44조에 따르면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는 모든 선박에 통과 통행권이 보장되며, 영해 내에서도 통과 자체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는 없고 외국 선박을 위해 제공된 특정 서비스의 대가로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란이나 미국, 이스라엘은 모두 이 협약의 당사국이 아니다.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국은 '통행료' 징수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앞서 이란에 제시한 '15개항' 종전안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를 풀고 자유로운 통행 보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7일 파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급한 당면 과제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체계 도입 가능성을 꼽으면서 "이는 불법일 뿐만 아니라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전 세계에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양측 간의 대면 종전 협상이 열리게 된다면 이란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문제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둔하는 미국 공군기지를 공습해 10명이 넘는 군인이 다쳤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전날 사우디에 있는 프린스술탄 공군기지가 이란에서 날아온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미국과 아랍권 관계자들은 최소 한 발의 미사일이 기지를 타격했으며, 드론도 여러대 날아왔다고 전했다.
이 공격에 기지 건물 안에 있던 미군 12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2명이 중상이다. 또 기지에 배치된 KC-13 공중급유기 최소 2대가 상당히 파손됐다고 한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이번 공격으로 미군 급유기 1대가 완전히 파괴됐고, 다른 3대는 운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됐다고 주장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IRIB 방송을 인용해 전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하며 전쟁이 발발한 이래 프린스술탄 기지는 수차례에 걸쳐 이란의 보복 표적이 됐다. 약 2주 전에도 이곳에서 공증급유기 5대가 공습으로 손상됐다.
이란 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프린스술탄 기지를 3차례 공격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다프라 기지를 16회, 쿠웨이트 자흐라 지역의 알리 알살렘 기지와 바레인 마나마의 미 5함대를 15회씩 공격했다고 이란군은 집계했다.
미군의 중동 지역 작전 지휘를 총괄하는 중부사령부(CENTCOM)는 전날 이란에 대한 '장대한 분노' 작전이 개시된 이래로 약 303명의 미국 군인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