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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강원특별자치도, 그 주인과 조건

김대건 강원대학교 행정심리학부 교수

강원특별자치도의 필요성은 오랜 시간 논의되어 왔지만, 실제 출범은 정치적 계기와 선택이 맞물리며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강원사회가 여기에 거는 기대는 분명했다. 자치와 분권의 흐름에 맞는 변화를 희망하였고, 더 구체적으로는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의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기를 기대하였다. 특별자치도는 지역이 자기 문제를 더 많이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체제를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의 강원특별자치도는 아직 충분히 성숙한 자치와 분권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이러한 미성숙을 드러내는 한 징표가 바로 설명책임성의 취약성이다. 도정 책임자는 현안과 관련된 정책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강원 정치·행정의 주인에게 일상적으로 설명할 책임, 즉 설명책임성을 지닌다. 이것은 단순한 홍보와 설명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이 왜 추진되는지, 무엇이 지연되고 있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결과만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과 드러난 성과 뒤에 놓인 장애요인, 구조적 조건 등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설명책임성은 이러한 내용을 일상적이고 지속적이며 투명하게 밝힐 때 비로소 확보된다. 더 나아가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자치와 분권의 성과, 제약 및 한계까지도 함께 설명하여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결정 권한과 책임 부담이 서로 다른 곳에 놓여 있다는 데 있다. 강원의 주요 현안은 여전히 국회의 입법, 중앙부처의 승인, 국가 재정 구조에 깊이 묶여 있다.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책 결정의 핵심 고리는 상당 부분 중앙정부에 남아 있다. 권한은 여전히 미흡한데도 중앙정부가 위임한 사무를 집행할 책임은 무겁게 떠안고 있는 구조, 이것이 강원 정치·행정의 취약성을 낳는 근본 이유이다.

이런 조건과 구조 하에서는 강원특별자치도에 걸맞은 능동적 미래 설계 능력을 갖추기보다 외부 결정에 의존하며, 이를 관리하는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정치 역시 강원의 장기적 방향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결과를 설명하고 대응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특별자치도는 실질적 자치의 체제가 아니라 이름만 남은 행정구역으로 머문다. 자치의 명칭은 얻었지만 자치의 실질은 여전히 미완인 셈이다.

그래서 진정한 강원특별자치도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중앙정부와 강원특별자치도 간 책임구조를 해체하여야 한다. 이 구조를 해체해야만 권한과 책임의 일치 속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둘째,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허가 중심이 아니라 권한 배분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셋째,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명시된 주민자치를 행정 참여의 보조 장치가 아니라 정치 참여의 실질적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민이 정책의 형성과 우선순위 설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 강원의 정치·행정은 비로소 살아난다.

그럼에도 위의 조건들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강원 정치·행정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 답은 선출직 정치인도, 임명된 행정 관료도 아닌 강원도 시민이다. 시민이란 자신이 주인임을 자각하고 행동하는 존재이며,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과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이다. 강원의 미래는 누가 대신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주인임을 자각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열린다. 그러므로 강원특별자치도의 진정한 출범은 제도를 넘어 시민 주체의 자각에서 비로소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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