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지난 31일 대구 신천에서 50대 여성의 시신이 담긴 캐리어가 발견된 가운데 사건 피해자인 50대 여성 사인이 '폭행에 따른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1일 대구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시체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된 사망 여성 A씨의 딸 B(20대)씨와 사위 C(20대)씨 등 2명은 경찰 조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공통으로 진술했다.
경찰은 C씨가 둔기가 아닌 주먹과 발로 장모 A씨를 폭행한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으며, 어떠한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숨진 A씨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남편과 떨어져 딸인 B씨 부부와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B씨 부부 주거지는 방 한 칸으로 이뤄진 오피스텔형 원룸으로, 캐리어에 담긴 시신이 발견된 신천변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해당 주거지에서 1차 현장 감식을 실시했다.
또 피의자들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A씨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시신 발견 당시 외관에서 별다른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까닭에 C씨 폭행뿐만 아니라 독극물 등이 사망 원인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금전적 갈등 등에 따른 '가족 내 불화'에서 비롯된 것인지 등을 규명하기 위해 구체적 범행동기 등을 추가로 수사한 뒤 이날 중으로 검찰에 B·C씨 부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특히 부검으로 사인이 규명되면 구속영장에 기존에 밝혀진 시체유기 혐의 외에 살인 또는 폭행치사 등 혐의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전날 오전 10시 30분께 '북구 칠성동 잠수교 아래 신천에 캐리어가 떠다닌다'는 주민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에 도착해 이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캐리어에 A씨 시신이 들어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신이 담긴 캐리어는 회색 계열 대형 여행용 가방으로 발견 당시 신천 물줄기에 반쯤 잠겨 있던 상태였다.
발견 당시 A씨는 신발을 신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시신에서 지문과 DNA 등을 채취해 A씨가 대구에 거주했던 50대 여성인 것을 확인했다.
또 사망 여성 행적 조사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B씨와 C씨가 A씨 시신 유기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 착수 10시간 30분 만에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18일 낮 중구 주거지에서 A씨 시신을 캐리어에 담은 뒤 도보로 신천변으로 이동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유기하는 수법은 범행 후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전형적인 '지연 발견형' 범죄로 꼽힌다.
시신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짐가방처럼 위장해 대중의 눈을 속이고, 물가나 주거지 등 은밀한 장소로 손쉽게 옮길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과거부터 이와 유사한 형태의 강력 범죄는 끊이지 않았다.
2023년 5월 부산에서는 20대 여성 정유정이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 일부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낙동강 인근 풀숲에 버렸다가 택시 기사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정유정은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낙동강변을 치밀하게 유기 장소를 물색하고, 여행용 가방을 준비하는 등 전형적인 계획범죄 양상을 보였다.
2017년 4월 대전에서는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방치하다가 2주 만에 여행용 가방에 담아 집 근처 공터에 버린 4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장기간 방치하는 비인륜적 사례도 적지 않다.
2008년 10월 경남 거제에서는 동거녀를 살해한 뒤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그 위에 시멘트를 부어 옥탑방 야외 베란다에 숨긴 사건이 8년 뒤인 2016년에 밝혀지기도 했다.
경기 포천에서는 2022년 11월 생후 15개월 된 딸이 숨지자 시신을 캐리어와 옥상 김치통에 옮겨가며 3년 넘게 시신을 숨긴 부모가 검거되기도 했다.
2019년 9월 대전에서는 생후 닷새 만에 영아가 숨지자 친모가 시신을 여행용 가방 안에 넣고 방치하고 잠적했다가 집주인이 2023년 10월 집기류 정리 도중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
수사 전문가들은 캐리어를 이용한 시신 유기는 사체 부패를 가속하거나 증거를 훼손해 수사 초기 실체 파악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