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이나 여타 매체를 보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반짝인기를 끌던 '두바이쫀득쿠키'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줄, 대전의 유명 빵집 앞에 새벽부터 길게 늘어선 줄,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를 찾은 인파의 줄 등이 그것이다. 그들은 무료할 수도 있는 그 기다림 속에서도 마음속 설렘을 느끼고 있을 터이다.
나에게도 줄을 서는 설렘을 느꼈던 기억이 하나 있다. 바로 내가 성년이 된 이후 첫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해 신분증을 손에 꼭 쥐고 집 근처 초등학교로 향했던 그날의 기억이다. 그날의 화창했던 날씨와 따뜻했던 공기,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투표소 위치를 안내해주던 앳된 얼굴의 자원봉사 학생들, 학교 안 복도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그 뒤에 설렘을 가지고 줄을 섰던 나. 20년 전이지만 아직도 선명한 기억 속의 그날, 나에게는 곧 큰 무게의 6장의 투표용지가 들려졌다.
내가 첫 선거권을 행사했던 그 선거는 2006년 5월 31일 실시된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였다. 광역의원 선거에 도입됐던 비례대표제를 기초의원 선거에 확대 적용해 6개의 선거가 동시에 시행된 최초의 선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격변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1952년 실시된 첫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출발점이라는 큰 의미가 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본연의 의도를 온전히 실현하지는 못했고, 그 뒤 장기간 중단된 후 1991년 30여 년 만에 다시 부활하는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었다.
그리고 1995년 6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4개의 선거(시·도지사, 구·시·군의장, 시·도의회의원 및 구·시·군의회의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됐다. 그 후로 크고 작은 변화를 겪으며 말 그대로 ‘국민과 함께 성장’한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제 오는 6월 3일 제9회를 맞는다.
본격적인 벚꽃 축제의 개막 전 나뭇가지에 꽃봉오리가 하나둘씩 피어오르며 축제의 시작을 알리듯,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축제의 장이 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서막을 알리는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마주칠 수 있다. 이제 5월 21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 유권자들은 더 많은 선거운동을 접하게 될 것이고, 지방선거의 특성상 다른 선거에 비해 후보자들을 직접 대면할 기회 또한 많아질 것이다.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7개(시·도지사, 교육감, 자치구·시·군의장, 지역구 시·도의원, 지역구 자치구·시·군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비례대표 자치구·시·군의원)의 선거가 동시에 시행된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될 후보자들, 그 밖에 매체나 선거공보 등을 통해 접하게 되는 후보자들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며 그들의 면면과 내가 사는 지역을 위해 내건 정책과 공약을 비교해본 후 투표소에 가서 들게 될 ‘7장의 투표용지’는 나에게 그랬듯 누군가에게 무겁지만 즐거운 설렘의 기억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 소중한 기다림의 설렘을 이번 선거에서 더 많은 유권자가 느끼게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