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어린이미술관에서 지난 1년간 이어져 온 특별전 ‘멍멍야옹야옹짹짹짹-박형진전’이 오는 12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양구출신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 화백의 따뜻한 시선을 이어받아, 박형진 작가는 캔버스 안팎에서 생명들과 교감하며 현대인들에게 큰 위로를 전해왔다. 전시 마무리를 앞둔 시점, 작가를 만나 그의 예술 세계와 향후 계획을 들었다.
박작가의 캔버스에는 늘 다정한 동물들이 중심에 자리한다. 오랜 시간 화폭에 동물과 인간의 관계 맺기를 담아오게 된 배경에는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흐름이 있다. “동물들이 저의 작업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아주 오래 전부터 입니다. 1996년, 친척 분이 데려다 줘서 키우기 시작한 ‘다숙’이라는 강아지를 그렸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작가가 동물들과 교감하는 일상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그림의 구도 역시 서서히 변화했다. “이후로도 종종 동물들을 그렸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인물들은 작아지거나 제외되고, 동물들이 메인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세심히 들여다보면 대상의 크기가 왜곡돼 있거나 형태가 단순화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우연한 붓질이 아니라 치열한 고민 끝에 찾아낸 자신만의 문법이다. “대상의 왜곡, 형태의 단순화 등은 미술대학을 들어가고, 스스로 창작을 하기 시작한 초기 작업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어린아이의 그림 같지만, 작가의 생활 신념인 ‘선택과 집중’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굳이 심오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편안한 감상의 여백을 열어둔다. “관람객들께서 제 작품들이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물이라는걸 알아주신다면 감사한 일이고, ‘이건 어떤 어린이가 그린 거야?’ 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마냥 동화처럼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 이면에는 ‘달콤 쌉싸름’이라는 특유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 “저의 메인 작업 시리즈인 ‘비터스윗(BitterSweet)’은 평화롭고 친숙한 느낌으로 채워져 있고 감상자에게도 그러한 느낌들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등장인물들의 또 다른 상반된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밝은 컬러의 그림들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그림을 관찰하면, 우울한 표정, 눈물 등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제 작품을 접하는 관람객들이 두 세 가지의 감정들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삶이란 달콤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는 걸 은연중에 느껴주시길 바랍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큰 사랑을 받았던 전시도 아쉬운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전시장 입구의 캔버스는 박수근 화백을 향한 정성스러운 오마주였다.
“박완서 선생의 소설 ‘나목’을 읽다가 박수근 선생의 ‘고목’을 내 그림으로 가져와 살려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관람객들께서 박수근 선생의 ‘고목’에 새싹이 돋아난 모습을 발견하셨길 바랍니다.” 시선의 위치에 따라 형상이 바뀌는 신선한 매체의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이 이미지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시선을 낮추는 몸짓이 필수적이다. “성인들이 아이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보려면 시선을 낮춰야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 관람객에게는 재미있는 작품으로, 무릎을 굽혀 시선을 낮춘 성인 관람객 분들께는 자신의 ‘어린 나’와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1년의 전시를 갈무리하는 발걸음은 새로운 여정으로 부지런히 이어진다. 사람과 동물이 교감하는 그 따뜻한 주제의식은 계속 캔버스를 채울 예정이다. “앞으로도 작업의 주제는 저의 삶 주변에서 얻게 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생명들과 맺어왔던 소중한 인연들은 이미 한 편의 동화로 다듬어졌다. “사람과 동물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대한 의문이 동화를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만나고 헤어졌던 동물들과의 이야기를 상상과 엮어 동화책을 썼습니다.”
그는 다가오는 계절에도 여러 지역의 기획전에서 특유의 다정한 상상력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음달부터는 대구미술관(교육동)이 기획한 2인전에 참여할 예정이고, 여수 예울마루 기획전에도 참여중 입니다. 그 전시들에서도 ‘강아지’, ‘고양이’가 ‘아이’와 함께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추워지기 전에 길고양이들 숙소 겸 식당을 하나 더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