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생명력이 절정에 이르는 5월, 강원의 산하는 짙은 녹음으로 숨을 고른다. 산과 숲은 말없이 제 역할을 다하며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 공기를 정화하고, 탄소를 품는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의 흔들림은 단순한 자연의 움직임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조용한 해답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산림은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숲의 기능은 국가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이제 산림을 어떻게 가꾸고 활용하느냐는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실행해야 할 과제가 됐다.
산림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 2억 9,100만톤CO2의 11%에 해당하는 3,200만톤 CO2의 탄소감축량을 국내·외 산림에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실현은 결코 행정의 힘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우리나라 산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유림의 산주들이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숲을 지키고 가꾸는 일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산림을 통한 탄소상쇄 제도는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활동이 단순한 노력에 그치지 않고, 탄소 흡수량이라는 가치로 인정받으며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숲의 가치를 환경에서 경제로, 다시 사회로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가 된다.
최근에는 기업들도 숲에 주목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ESG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들이 산림을 중요한 파트너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기업의 책임을 넘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산림과 산주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참여 역시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한국임업진흥원은 2021년부터 ‘우리숲더하기 캠페인’을 운영하며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창구를 마련했고 일상 속 작은 실천들이 모여 숲을 지키고 탄소를 줄이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창구를 통해 숲은 더 이상 먼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삶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다.
2025년까지 인증된 산림탄소흡수량은 33만 8,408톤CO2규모에 달했다. 한국임업진흥원도 인증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특히, 자발적 탄소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신뢰도 높은 운영이 필수적인 만큼, 2025년 9월에는 블록체인 기반 탄소거래 플랫폼인 ‘산림탄소 마켓플레이스’를 개설해 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이 마켓플레이스는 산주와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임업인이 정성껏 가꾼 숲의 가치가 탄소 흡수량이라는 구체적인 지표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아가 이것이 산주의 수익증대와 경영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제 산림 정책은 보다 현실적이고 체감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산주와 국민이 함께 참여하고, 그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숲을 지키는 일이 곧 삶을 지키는 일이라는 공감대가 넓어질 때, 탄소중립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일상이 된다. 한국임업진흥원은 탄소상쇄 시장을 활성화해 산림의 환경적 가치가 산주의 경제적 가치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현장중심 성장 파트너’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다.
숲은 정직하다. 시간을 들여 가꾼 만큼 그 결실을 돌려준다. 지금 우리가 심는 나무 한 그루, 정성껏 돌보는 숲 한 자락은 훗날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파도를 막아낼 든든한 방파제가 될 것이다. 그 가치는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확실한 방식으로 미래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한다.
푸른 숲은 오늘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응답할 차례다. 숲과 함께 숨 쉬는 삶, 그 속에서 우리는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