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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호등]정책이 보이지 않는 강릉시장 선거

권순찬 강릉 주재 기자

6·3 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강원도 각 지역의 선거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강릉 역시 후보들의 선거 운동이 활발하다.

강릉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거는 단연 시장 선거다. 하지만 강릉시장 선거는 강릉과 함께 강원도 ‘빅3’ 도시로 꼽히는 춘천, 원주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춘천과 원주에서는 시장 후보들이 잇따라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며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후보들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이 만들 도시의 청사진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강릉시장 선거는 선거가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정책 경쟁보다는 정치적 공방과 이미지 대결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각 후보들이 출마 선언이나 경선 토론회 등에서는 여러 정책을 내세우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정책 발표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최근 강릉시장 선거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가뭄 문제다. 김중남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부와 여당 차원의 협력을 통해 가뭄 해결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가뭄 당시 시장이었던 김홍규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물 부족 사태를 행정의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김홍규 후보는 SNS를 통해 민주당이 가뭄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지난 6일 진행된 강릉시장 후보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를 가지고 공방을 벌였다.

물론 선거에서 공방은 불가피하다. 상대 후보의 실정을 지적하고 책임을 묻는 것 역시 정치의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본질은 결국 ‘누가 더 나은 도시를 만들 것인가’를 선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도시의 미래 전략과 생활밀착형 정책, 산업과 관광, 복지와 교통에 대한 비전을 검증하는 것이 지방선거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강릉시장 선거에서는 이 같은 정책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강릉은 지금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 관광도시라는 기존 정체성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관광객은 늘어나고 있지만 청년 유출과 지역 경기 침체 등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질문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 강릉의 산업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체류형 관광산업으로의 전환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들 방안은 무엇인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 대책은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강릉시장 후보들의 메시지는 다른 지역 후보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추상적이다. 선거 구호는 넘쳐나지만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강릉은 동해안 거점도시라는 상징성을 가진 지역이다. 강릉의 수장이라면 단순히 현안 관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 뒤 도시의 방향성을 설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선거판이 정책 경쟁보다는 정치 공방 중심으로 흐르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유권자들도 이제는 보다 냉정하게 후보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지보다 누가 더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SNS 게시글 몇 개와 상대 비판만으로는 도시의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뽑는 선거다. 강릉시장 선거 역시 이제는 정쟁보다 정책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남은 선거 기간만큼이라도 후보들이 보다 구체적인 비전과 실행 가능한 정책을 내놓고 시민 앞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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