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내 농어촌 지자체들이 사활을 건 ‘생존 게임''에 돌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추가 공모에 도내 인구감소지역 9곳 중 양양을 제외한 8개 군(홍천·횡성·영월·평창·철원·화천·양구·고성)이 일제히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는 5개 군을 선정하는데, 신청 가능 지역이 50여 곳에 달해 경쟁률이 무려 11대1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모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지방소멸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구동 축''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즉, 지자체들이 이토록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이른바 ‘정선 효과''라는 실증적 데이터가 존재한다. 1차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정선군은 올 2월부터 모든 주민에게 월 1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해 왔다. 결과는 놀라웠다. 3만3,000명대까지 떨어졌던 정선군의 인구가 단 6개월 만에 3만5,000명 선을 회복했다. 전국적인 인구 자연 감소 추세 속에서 이례적인 반등을 이뤄낸 것이다. 현금성 지원이 지역 내 전입 인구를 유인하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통해 소상공인의 매출을 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증명해 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추가 공모에서 도내 지자체들이 최종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우리도 인구가 줄고 있으니 돈을 달라''는 식의 호소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재정 여력, 사업 준비도, 지속 가능성을 종합 평가하겠다고 밝힌 만큼, 선정 이후의 치밀한 전략이 수반돼야 한다. 우선,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사업비 분담 구조는 정부가 40%, 도와 군이 각각 30%를 책임지는 형태다.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독자적인 재원 창출 모델이 필수적이다. 화천군이 산천어축제 수익금 일부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둘째, 기본소득과 정주 여건 개선의 결합이다. 단지 매달 15만 원을 주는 것만으로는 인구 유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정선군의 사례처럼 인구가 늘어났을 때, 이들이 다시 떠나지 않도록 의료, 문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연계 사업이 병행돼야 한다. 기본소득이 ‘마중물''이라면, 정주 여건은 ‘그릇''이다. 그릇이 깨져 있으면 아무리 마중물을 부어도 소용이 없다. 셋째, 도 차원의 전방위적 지원 사격이 절실하다. 개별 군 단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도가 각 군의 특성을 분석해 중복되지 않는 전략을 수립하도록 조율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특히 인구감소지역이 밀집한 도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정부에 강력히 피력해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시혜적인 복지가 아니다. 이는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 공동체를 유지하고, 국토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국가적 실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