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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선거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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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에는 ‘증참이 사람을 죽였다는 헛소문이 세 번 전해지자 어머니마저 베틀 북을 던지고 담을 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효자로 이름난 아들이라도 반복된 거짓 앞에서는 의심을 피하지 못했다. 한 번의 거짓은 웃어넘길 수 있어도 되풀이된 거짓은 끝내 의심과 그릇된 판단을 유도하게 한다. ▼‘삼인성호''도 반복된 거짓이 끝내 현실을 밀어낸다는 고사다. ‘세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없던 호랑이도 생긴다''는 뜻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위나라 신하 방총은 임금에게 이 고사를 예로 들며 자신이 떠난 뒤 쏟아질 모함을 경계해 달라 했다. 그러나 임금의 귀도 끝내 흔들리고 말았다. ‘구밀복검''의 간신 이임보도 입가에는 꿀을 바르고 속에는 칼을 숨겼다. 대중은 사실보다 자극적인 속삭임에 먼저 귀를 내줄 때가 많다. 간신은 그 틈을 알고, 모함은 그 틈에서 자랐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선거판의 소란도 다르지 않다. 공식 선거운동 전부터 휴대전화 화면에는 상대 후보를 겨냥한 비방과 조롱이 떠돈다. 70대 인지저하설, 언론 편향보도설 등 출처를 알 수 없거나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글들이 사실인 양 공유되고, 얼굴 없는 계정은 책임 없이 후보자에게 돌을 던진다. 정책은 뒤로 밀리고 자극적인 문장만 앞줄에 서고 있다. 교통, 의료, 소멸 위기, 청년 일자리 같은 의제는 한 줄 험담에 묻혀 버렸다. 하지만 유권자가 들어야 할 것은 후보의 ‘흠''이 아닌 지역을 바꿀 ‘약속''이어야 한다. ▼선거는 끝나도 지역은 남는다. SNS에 뿌린 독한 말은 패자의 상처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불신으로 되돌아온다. 후보와 캠프는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음해''를 팔아서는 안 된다. 지지자도 익명 뒤에 숨은 칼을 거둬야 한다. 선관위의 단속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품격이다. 공식 선거운동을 일주일 앞둔 지금이라도 각 후보와 지지자들이 내놓을 것은 공격 문구가 아니라 미래의 설계도다. 품격 없는 승리는 오래가지 못하지만, 품격 있는 경쟁은 지역의 자산으로 남는다.

김영석부국장·kim7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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