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자 사장단이 조건 없이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하겠다며 노조에 거듭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삼성전자는 15일 사장단 명의 입장문을 내고 “노조를 한 가족이자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하고 조건 없이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며 “노조도 국민의 우려와 국가 경제를 생각해 조속히 대화에 나서줄 것을 거듭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사장단은 “지금은 매 순간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회사 내부 문제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며 “저희 사장단은 현재의 경제 상황과 대한민국의 먼 미래를 보며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사장단은 이번 노사 갈등에 대한 사과의 입장도 밝혔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노사 문제로 국민과 정부에 큰 부담과 심려를 끼쳐드렸다. 성취가 커질수록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거는 기대가 더 엄격하고 더 커지는데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며 “삼성전자 사장단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보다 내실 있는 경영과 끊임없는 기술 혁신, 과감한 미래 투자로 국가 경제의 흔들림 없는 버팀목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리면서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입장문에는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김수목, 김용관, 김우준, 김원경, 남석우, 마우로 포르치니, 박승희, 박용인, 박홍근, 백수현, 송재혁, 용석우 등 사장단 일동이 참여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 위원장이 앞서 진행한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와 진행한 사후 조정 회의 내용을 녹취, 조합원과 언론에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비공개 회의였던 데다 상대 중재 위원의 동의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이하 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은 익명 소통방에서 중노위와의 비공개 회의 도중 녹취한 음원 파일을 공유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1일과 12일 중노위의 중재 하에 사측과 사후조정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중노위 관계자와 나눈 대화를 녹음해 조합원들에게 공유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언론사 기자에게도 같은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전달했다.
해당 음원에는 지난 12일 오후 1시30분께 노사 간 견해차를 좁히려는 중재 위원과 최 위원장의 대화 내용이 담겨있다.
최 위원장은 녹취에서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이 계속해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원이라고 이야기한 점을 지적하며 “올해 연간 예상 영업이익은 300조원이다. 그런데 지금 (김 부사장이) 200조원이 안 될 것 같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부사장이 반도체를 하나도 모르고 실적 규모 자체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노위 측 중재위원은 조정안을 만들기 위해 노사 간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보겠다며 최 위원장을 달랬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저희는 아시다시피 조정 요구안을 드렸는데 왜 회사는 집중 교섭 당시의 이야기를 시작하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저는 더 이상 회사랑 이야기할 생각이 없으니 조정안을 달라”고 말했다.
중노위가 사후 조정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녹취 공개는 중재 당사자로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녹취에 대한 상대 중재 위원의 동의가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동의 없이 녹취 후 공개한 것이라면 도덕성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 사후조정 회의는 2일 차 자정을 훌쩍 넘긴 지난 13일 새벽까지 진행됐지만 노조가 조정 결렬을 선언하면서 무산됐다.
노조 측은 자신들이 일관되게 요구한 성과급 상한 폐지 및 투명화, 제도화가 하나도 관철되지 않았고 오히려 퇴보했다며 결렬 이유를 밝혔다.
청와대는 삼성 노사 분쟁에 대해 우려와 걱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 등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아직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고 노사 간 협의가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홍보수석은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건 아니고 삼성전자가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이 엄청나게 크지 않냐”며 “주식만 해도 (국민) 10명 중 1명이 갖고 있는 상태고, 1700개 협력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도 했다.
이어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파업 같은 상황이 오지 않도록 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대로 총파업에 돌입하면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산업부 장관으로서 할 말은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수석은 “기본적으로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게 재경부,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게 산업부고 노동정책을 하는 게 노동부기 때문에 각자 부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