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은 산업의 도구를 넘어, 인간의 삶과 문화적 향유 방식을 재편하는 새로운 환경이 되고 있다. 핵심은 이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있으며, 특히 역사·문화 관광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의 관광이 정해진 동선을 따라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는 ‘보는 경험’이었다면, 인공지능은 관광객의 관심사, 이동 경로, 실시간 반응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해석과 이야기를 생성해 낸다. ‘오죽헌’이라는 동일한 장소라도 누군가에게는 율곡 선생의 사상을 좇는 사색의 여정이 되고, 다른 이에게는 조선시대 생활사 체험이 되는 개인화된 이야기의 생성 과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은 여행 일정 추천과 예약, 실시간 상황 대응을 통합 관리하는 지능형 여행 비서로 기능하며 콘텐츠 생산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재구성할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적 무게나 문화적 맥락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재구성의 체계일 뿐, 무엇이 중요한 이야기인지와 어떤 방향으로 해석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 즉 지역 전문가의 몫으로 남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강원의 가능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강원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문중 소장 문헌, 불교 관련 자료, 지역 생활사 기록 등 방대한 역사적 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록들은 단순한 과거의 흔적을 넘어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분석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데이터’이다. 파편화된 기록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연결될 때, 인물과 사상은 하나의 흐름으로 드러나며, 이는 다시 전시, 영상, 교육, 그리고 방문객 맞춤형 관광 콘텐츠 등으로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다만, 기술 도입에 앞서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환경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정보의 오류(Hallucination)를 방지하기 위해, 학술적으로 검증된 고품질 데이터를 공급하는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유럽피아나(Europeana)를 중심으로 수천만 건의 문화 데이터를 인공지능 학습용으로 개방하여 지역의 경계를 넘는 지능형 문화 스페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유타 역사 협회(Utah Historical Society)처럼 인공지능 전사(transcription) 기술을 활용해 물리적 기록을 검색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하여 지식 주권을 강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강원도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데이터 허브 구축이 시급하다. 그동안 강원권 국학 자료를 조사·수집해 온 율곡국학진흥원은 이러한 신뢰 데이터의 전초기지로서 중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이미 운영 중인 디지털 아카이빙(https://db.yulgok.or.kr/) 역량을 바탕으로, 단순한 보존기관을 넘어 데이터 기반 문화콘텐츠 생산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관광의 경쟁력은 “이제 어떻게 읽어내고, 어떻게 이야기하는가?”에 달려 있다. 강원도는 이미 충분한 자원이 있으며, 이제 필요한 것은 강원도 18개 시·군의 역사·문화 자원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는 ‘강원권 통합 데이터 허브’의 구축이다. 개별 관광지가 파편화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가속기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 공간으로 이어질 때 강원 관광의 미래는 결정된다.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며, 강원의 미래는 우리가 이 기록을 어떤 진실한 이야기로 직조해 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