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 붕어 집단 폐사 사태가 단순한 어류 폐사를 넘어 국내 식수원 관리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초기 관계기관 조사에서는 ‘수질 이상 없음’이라는 결과가 반복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붕어와 잉어는 물론 뱀장어, 쏘가리 등 다양한 어종의 폐사가 이어졌다. 결국 어민들이 직접 대학 연구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치명적인 수준의 황화수소가 검출됐다. 기존 수질관리 시스템이 호수 생태계 변화와 저층 오염 위험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 ‘수질 정상’이라던 소양호···바닥엔 독성가스 ‘가득’=소양호 붕어 집단 폐사 초기 관계기관들은 세균·바이러스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특이한 수질 이상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수질검사는 pH와 용존산소, 총질소·총인 등 일반 항목 위주로 진행됐다. 그러나 강원대 연구기관 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확인됐다. 조사 결과 소양호 저층수에서는 최대 519㎍/L의 황화수소가 검출됐다. 일반적인 어류 치사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황화수소는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유기물이 부패할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독성가스다. 연구진은 호수 바닥 퇴적층에 쌓인 유기물이 혐기 상태에서 부패하며 황화수소가 대량 생성됐고, 봄철 수온 상승과 맞물리면서 붕어와 잉어 등 저서성 어종의 호흡기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황화수소가 기존 행정기관의 상시 수질검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겉으로 맑아 보이고 먹는 물 기준만 충족하면 ‘정상 수질’로 판단하는 사이, 실제 호수 바닥에는 독성가스가 축적되고 있었다.
■ 국가 식수원 관리 시스템 재점검 필요=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저층 오염과 기후변화가 결합해 발생한 ‘예고된 재난’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높은 인 농도가 조류 과다 번식을 유발하고, 죽은 조류가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아 부패하면서 황화수소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어민들은 수년 전부터 “호수 바닥에서 썩는 냄새가 난다”, “펄층이 점점 두꺼워진다”고 호소해왔지만, 관련 조사와 근본 대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논란은 결국 국가 식수원 관리 체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 국내 수질관리는 pH와 용존산소, 총질소, 총인 등 ‘먹는 물’ 기준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반면 저층 생태계 변화나 퇴적층 혐기화, 황화수소 같은 독성가스 발생 여부는 상시 감시 체계에서 빠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기후변화로 대형 호수의 저층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지만 기존 수질관리 방식은 여전히 20~3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생태계가 무너지는 식수원은 결국 사람에게도 안전할 수 없는 만큼 국가 식수원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