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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초점]발효산업의 핵심, 종균(種菌)이 강원도 미래를 바꾼다

김명동 강원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강원대 누룩연구소장

봄이면 산나물이 지천이고, 가을이면 철원 오대쌀과 횡성 한우가 풍년을 알린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청정 농수산자원의 보고다. 그런데 이 풍부한 원료가 단순한 1차 산물에 머물지 않고 고부가가치 발효식품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있다. 바로 종균(種菌)이다. 맥주의 효모, 김치의 유산균, 전통주의 누룩 곰팡이처럼 발효를 주도하는 미생물인 종균은 “보이지 않는 장인“이라 할 수 있다. 강원도 발효산업의 미래는 이 종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육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효(醱酵)란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고 변환하는 과정으로, 수천 년 동안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가장 오래된 식품 가공 기술이다. 된장·간장·고추장 등 전통 장류부터 막걸리와 청주를 포함한 전통주, 요구르트, 치즈 같은 유제품, 그리고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와 콤부차에 이르기까지 발효 기술은 식품산업 전반에 깊숙이 뿌리를 두고 있다.

국내 식품 시장 규모는 연간 수조 원에 달하며, 세계 발효식품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K-푸드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김치·장류·막걸리 등 한국 전통 발효식품의 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처럼 발효산업은 단순한 식품 가공산업을 넘어 고부가가치 바이오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발효식품의 품질은 원료의 품질에서 시작된다. 이 점에서 강원도는 타 지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철원의 오대쌀은 일교차가 크고 청정한 환경에서 재배되어 전분 구조가 다르다. 이는 막걸리와 청주 발효에서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일본 사케에서 특정 산지의 쌀을 엄격히 관리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태백과 평창의 고랭지 채소는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성장해 세포벽이 치밀하고 아삭한 조직감을 지닌다. 발효 후에도 이 식감이 유지되어 강원 지역 김치와 절임류는 차별화된 품질을 자랑한다.

최근 해수 온도의 변화로 어획량이 크게 줄었지만, 동해안의 오징어는 강원도 전통 젓갈 문화의 근간이다. 양양 연어, 인제 황태 등 강원 고유의 수산자원도 기능성 발효식품 소재로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화강암 지대와 석회암 지대가 공존하는 강원도의 물은 연수(軟水)를 선호하는 필스너와 라거부터 경수(硬水)에 유리한 스타우트와 포터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처럼 강원도는 발효 원료의 다양성과 청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 귀한 원료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저렴한 1차 산품으로 출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여기에 바로 종균 연구와 발효 기술 고도화의 필요성이 있다.

같은 원료, 같은 제조 공정을 쓰더라도 어떤 종균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발효 제품의 맛, 향, 기능성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종균은 단순히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이 아니라, 제품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가 기술 경쟁력의 토대이듯, 발효산업에서는 종균이 바로 그 핵심 소부장에 해당한다. 종균을 외부에 의존하는 순간, 발효산업의 품질 주권과 기술 자립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관능적(官能的) 측면에서 보면, 종균의 대사 경로에 따라 생성되는 유기산, 에스터, 알코올, 황화합물 등의 종류와 농도가 달라져 제품의 향미 프로파일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크래프트 맥주에서 풍부한 과일향을 내는 에스테르는 효모 균주의 특성에 따라 수십 배 차이가 나며, 전통주의 구수하고 깊은 향은 누룩에 포함된 곰팡이와 효모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김치의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은 유산균 조합이 만들어내는 젖산, 알코올, 아세트산의 절묘한 비율에 달려 있다.

기능적(機能的) 측면에서 종균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진다. 특정 유산균은 면역 조절, 장 건강 증진, 혈압 강하, 항산화 활성 등 다양한 프로바이오틱 기능을 발휘한다. 누룩의 곰팡이가 분비하는 단백질 분해효소는 원료 단백질을 체내 흡수가 용이한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전환해 영양가를 높인다. 이처럼 종균은 발효식품을 단순한 식품에서 기능성 식품, 나아가 의약품에 준하는 소재로 격상시킬 수 있는 핵심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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