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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강원이 빚은 것들…‘시원(始原)’을 묻다

‘시원(始原)의 숨결을 따라:20인의 강원 이야기’
첫 숨 틔운 땅을 예술로 되감는 기획전 춘천 개막

강원문화재단의 기획전 ‘시원(始原)의 숨결을 따라 : 20인의 강원 이야기’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다음달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전광영, 황효창, 임근우 등 강원도와 인연을 맺은 유명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전시된다. 28일 지역 작가들이 전시장을 찾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원문화재단의 기획전 ‘시원(始原)의 숨결을 따라 : 20인의 강원 이야기’가 지난 28일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막을 올렸다.

다음달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강원의 대지에서 첫 숨을 틔운 시각예술가 20명이 자신들의 ‘영혼의 탯줄’과도 같은 강원을 사유하며 내놓은 기록의 산물을 선보이는 자리다. 전광영, 황효창, 임근우, 이재삼, 한영욱 등 총 20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각자의 기억과 시선으로 길어 올린 숨결을 동시대 미술 작품으로 빚어냈다.

이번 기획전은 ‘향수(鄕愁)’를 단순한 감정적 회고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을 향한 갈망으로 재정의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참여 작가들에게 강원도는 단순한 지명을 넘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 형성된 원점이자 예술적 생명을 공급받는 곳이다. 거친 동해 바다, 춘천 고인돌과 선사 유물, 뜨거운 청소년기 기억이 깃든 춘천 도청 앞 플라타너스 등 작가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강원의 기억’들이 조각과 회화 등 다채로운 예술로 부활했다.

특히, 관람객의 전시 몰입도를 한층 높이기 위해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깊이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상 아카이브 콘텐츠도 함께 전격 공개됐다. 이 영상은 강원문화재단 신지희 전문위원이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20인의 참여 작가들을 직접 대면하여 채록한 인터뷰 기록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전시장뿐만 아니라 강원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별도의 공식 개막식 대신, 전시가 중반을 넘어서는 오는 6월 16일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는 전시의 주인공인 20인의 참여 작가와 도록 서문을 집필한 전상국 작가가 함께 자리하는 ‘작가 초청 리셉션’이 진행될 예정이다.

신현상 강원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강원이라는 땅이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속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라며 “관람객들도 자신의 삶의 원형과 마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전시 서문 : 강원의 오늘, 아침 무지개로 피어나다

전상국 / 소설가·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고향은 사물의 근원이며 거기에서 비롯한 모든 실존의 얼굴, 그 숨결이다. 이미 사라져 지금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들, 남아 있더라도 바뀐 그것의 원형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곧 고향인 것이다. 고향의 산과 물은 모든 것을 감싸 다독여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무한량의 산소탱크, 인간 감성의 샘이다. 특히 아티스트들의 고향 인식은 단테의 ‘자연은 신의 예술이다.’라는 말과 결을 같이 한다.

자연(自然), 저절로 된 그대로의 현상, 그것은 큰 물줄기의 시작이라는 뜻의 강원(江原)과 서로 통하는 말이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고향의 원형을 강원의 자연에서 찾는다. 급격한 산업화 · 문명화 속에서도 강원의 천혜 자연은 그 가치를 잃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 강원도에 가면 당신도 자연이 된다 -

오래전, 지금은 없어진 경춘선 성북역에 강원도에서 내건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강원도에 가면 자연이 된다? 그동안 억지로 꾸며 사는 일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자연이란 말은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고향이란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강원도의 자연! 낙후와 불모의 땅, 무대접 푸대접으로 홀대받던 그 뿌리 깊은 피해의식에 빠져 있던 강원도 사람들이 강원의 자연을 새삼스레 경의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강원의 자연이 강원의 오늘로, 그 정체성으로, 나아가 강원발전의 미래 비전, 그 전략으로, 곧 강원의 힘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 강원도의 힘 -

 정작 강원도의 힘이란 말이 처음 쓰인 것은 1998년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원도의 힘」이었다. 결별의 상처를 가진 남녀가 각기 강원도 여행을 하면서 피폐한 그네들의 마음 상처가 치유된다는 내용의 이 영화로 해서 사람들 입에 ‘강원도의 힘’이란 말이 처음으로 입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 무렵부터 ‘강원도의 힘’이란 말이 강원의 자연 예찬을 넘어 다양한 패러다임으로 쓰이기 시작한다.

 강원도는 총면적의 80% 이상을 임야로 가진 산간 문화가 주종을 이룬 가운데 오늘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강원도가 지역문화 형성의 진원 및 그 뿌리 찾기를 통한 그 정체성을 세우는 일에 있어서 강원의 자연환경을 차별화한 특수성으로 내세웠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연환경은 그 지역문화의 특수성 혹은 개별성이 글로벌 시대의 다양성으로, 세계적 보편화의 시금석이란 믿음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강원도는 산간 문화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하여 해양문화, 내륙문화 혹은 영동 · 영서 문화가 서로 다른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보여주며 발전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강원도의 이러한 자연환경의 특이성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수한 문화를 형성하게 되는 요인이 되었으나 그것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화의 소외지역, 그 낙후성으로 인식되어 강원인의 자기 비하의 열등감으로 작용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강원의 자연이 강원의 힘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큰길을 정신없이 달리던 사람들이 사시사철 결사적으로 강원의 자연, 그 오솔길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오직 빨리 달려야만 살 수 있는 큰길 위에서 볼 수 없던 것이 고향의 그 오솔길에 들어서면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자연 친화의 그 감성이 강원문화 형성의 또 다른 축인 강원 인문환경을 이뤄 강원의 힘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강원도 사람들 그 특유의 감성으로 빚어 오늘에 이른 강원 문화예술의 힘, 그 이야기다.

 고향이 어디야? 오래전 이야기지만, 서울에서 하숙집을 구할 때 강원도 사람이라면 무조건 환대받던 일을 생각한다. 이와는 달리 ‘고맙다’라는 말을 아예 모르는 자존심 강한 몽골 유목민들의 그 무뚝뚝 무표정을 두고 ‘꼭 강원도 사람들 같구먼’ 하던 강원도 사람 비하의 그 말도 생각난다.

 그러나 감자바위 혹은 암하노불로 불려온 옛 강원인들의 외지인을 대하는 그 무뚝뚝함이나 좀 느리지만 유순한 성품의 강원도 인심이 점점 각박해져 가는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인간 본연의 따뜻한 유대로 향수처럼 다가가는 강원 문화예술의 모태가 되었을 것이다. 곧 강원도 사람들의 무표정 그 불친절이야말로 매사에 가벼이 현혹되지 않는 그 뚝심이 자연 친화의 예술혼 그 항심으로 피어났을 것이란 뜻이다.

 오늘, 어제의 강원도가 ‘강원특별자치도’로 새로이 태어났다. 특별하게, 독립하여 스스로! 곧 강원인들만의 그 뚝심으로 최상의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제 그 최상의 가치 창출의 가장 가시적인 모습을 강원 문화예술의 현주소에서 찾기로 한다. 강원 문화예술의 오늘을 확인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그 발전 전략 찾기에 강원인들의 힘과 그 지혜가 모일 때라는 생각이다.

 문화 역량은 그 주체적 문화를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의 총체를 말하며 그것의 구성원은 창조자 ․ 매체 ․ 수용자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곧 강원 문화예술은 그 텃밭인 강원의 자연을 사랑하는 강원인들의 문화 역량에 따라 그 질과 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문화는 중앙문화에 비해 촌스럽고 낮은 것이라는, 과거의 중앙집권적 통치구조에서 비롯된 그 관행의 편견으로부터 멀리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곧 지역문화는 서울에 예속된 모방 문화, 변두리 문화가 아닌 그것 나름의 특수성으로 높이 기리는 안목의 문화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강원문화 융성의 실현을 위한 효율적 전략은 강원인들의 문화 역량을 가름하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역의 문화 · 예술 발전과 그것의 문화산업으로서의 가치 창출은 그 지역 나름의 주체적 문화를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의 총체인 창조자와 그것을 즐거이 누리는 사람들이 서로 힘을 모으는 문화 역량의 결집, 그 실천에서 온다.

 - 시원의 숨결을 따라: 20인의 강원 이야기-

 이 시대 강원의 새로운 힘, 강원 문화예술의 오늘, 그 특별함을 보여주기 위한 강원인들의 알찬 선언이다. 강원을 고향으로 가진 시각예술인 20인과의 만남, 이 기획전은 곧 강원의 자연, 강원인의 힘을 새로이 확인하는 강원특별자치도가 한발 앞서 보인 선언적 의미로 빛난다. 아티스트들의 고향은 그네들이 찾고자 하는 미적 영감의 발원이며 그 미적 가치의 현재성, 그 완성이며 더 빛나는 미래상이다. 그네들 유년의 몸과 마음이 기억하고 있는 고향의 그 흙과 바람의 전령들이 어느 날 술렁이며 일어설 때 아티스트들은 비로소 크레이티브, 그 신명의 날개를 펼쳤으리라.

- 강원, 그 영원한 시원으로의 귀향-

강원의 자연 그 흙에서 뿌리를 내려 튼실하고 아름답게 자란 나무들, 그 아티스트들의 고향 사랑 이야기. 그네들의 작품, 그 예술혼과의 만남!

덧붙여 큰 기대 하나!

<시원의 숨결을 따라: 20인의 강원 이야기>가 우리 강원인 모두의 오랜 바람인 ‘강원미술관’ 건립의 마중물, 아니 그 건립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란 믿음, 그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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