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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표심(票心)의 무게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정치가 아무리 고개를 돌리게 만들고 삶의 팍팍함이 어깨를 짓눌러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투표''라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한다. 지난달 29일 오전 6시부터 30일 오후 6시까지 실시된 6·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23.51%라는 역대 최고치(지방선거 기준)를 기록하며 마감됐다. 전체 유권자 4,464만9,908명 중 1,049만8,411명이 이미 주권을 행사했다는 소식은, 우리 정치를 향한 유권자들의 매서운 시선과 뜨거운 열망이 동시에 녹아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틀간의 투표 행적이다. 첫날 11.6%였던 투표율이 둘째 날에는 11.91%로 오히려 0.31%포인트 상승했다. 보통 첫날 기세를 올리다 둘째 날 주춤하기 마련인 사전투표의 관행을 깬 것이다. 주말을 맞아 일터와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긴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먹고사는 문제로 바쁜 와중에도 “나 한 사람의 표가 내 고장을 바꾸고 내 삶을 바꾼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작동한 결과다. 강원자치도가 27.05%로 전국 5위에 이름을 올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투표율의 높고 낮음을 두고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는 여야의 셈법은 벌써부터 분주하겠지만, 본질은 수치 너머에 있는 민심의 행보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 순자(荀子)는 ‘왕제''(王制)편에서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水則載舟 水則覆舟)”고 했다. ▼사전투표율 23.51%라는 숫자는 정치권을 향해 유권자들이 띄우는 거대한 민심의 파도와 같다. 누군가에게는 강력한 지지의 결집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준엄한 심판의 경고등일 터다. 사전투표는 끝났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아직 투표하지 않은 76%가 넘는 거대한 주권자의 마음이 오는 3일 본 투표일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 뜨거운 표심의 본질이 무엇인지 철저히 성찰해야 한다. 주민들의 냉철한 눈동자는 이미 투표함 속에서 빛나고 있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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