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신호에 따라 직진도 하고 좌회전, 우회전도 할뿐더러 심지어 어떤 곳은 유턴도 가능하다. 네거리 혹은 교차로라고도 불린다. 신호등이 없는 회전교차로도 있다. 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보니 당연히 많은 자동차가 몰리는 장소다. 보행자들도 북적거린다. 한 마디로 교통의 요충지다. 그렇다 보니 온갖 소식과 주장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사면에서 펄럭거리는 곳도 사거리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이 나라의 주요 사거리 가장자리는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선거운동 장소로 흥청거렸다. 나 역시 하루에도 몇 번씩 운전석에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보며 여러 생각에 잠겼었다.
사거리에 세워놓은 선거운동 차량에선 노래가 흘러나왔고 자신을 찍어달라는 출마자의 열변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선거 운동원들이 피켓을 목에 건 채 지나가는 차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떤 출마자는 날이 어두워졌는데도 홀로 목례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신호등이 바뀌는 순서에 따라 마치 시곗바늘처럼 돌면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당의 후보자를 만나면 차창을 열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 반대면 눈도 마주치지 않고 사거리를 빠져나갔다. 대부분은 그냥 지나가는 것 같았다. 사거리를 통과하는 짧은 시간 동안 의사 표현을 할 시간은 부족하니까. 또 어떤 사람들은 먹고사느라 바쁘고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선거가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거리가 텅 빈다는 걸 그동안의 삶을 통해 알고 있으니까. 하여튼 그렇게 우리들의 오월은 바삐 지나가고 있었다.
어두운 밤 나의 사거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오면 잠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까지 핸드폰을 뒤적거렸다. 여론조사의 결과들을 들여다보고 선거에 출마한 이들의 말들을 읽었다. 그래도 부족하다 싶으면 유튜브를 열고 들어가 선거와 관련된 여러 방송을 시청했다. 개인의 SNS까지 찾아가 이번 선거에 대한 의견을 훔쳐보았다. 말들이 많았다. 말들이 다 달랐다. 패널들의 욕도 심심찮게 튀어나왔다. 그러면 상대방도 맞받아쳤다. 같은 진영에서도 갈라져 서로를 헐뜯느라 바빴다. 그나마 지방선거는 나았다. 위로 올라가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살벌한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권력을 잡는다는 게 대체 무엇이기에 저들은 저토록 야단법석이란 말인가. 우리에게 보낸 사거리의 미소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밤은 아무 관련 없는 내 꿈마저 야단법석이었다.
엄정하게 말하면 나 역시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사거리에서의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간 것은 아니었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면 애써 눈을 돌렸다.
저 사람은 어떻게 이 세상을 저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혀를 찼다. 운동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깟 돈 몇 푼 벌자고 저쪽에 가서 왜 저러는 걸까. 입으로 내뱉지만 않았을 뿐이지 삼킨 욕은 어마어마했다. 저 연예인은 생각이 있는 걸까, 없는 걸까. 왜 저렇게 되었을까. 사거리 근처의 술집에 가서도 다르지 않았다. 가까운 지인이 나와 다른 정치적 생각을 내비치면 이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만 만나야 하나. 만날 때마다 저 얘기를 계속 들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고민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유튜브의 정치 패널들처럼 욕하며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와 다른 정치적 신념을 지닌 이를 만나면 늘 힘들었고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했다.
그런데…… 왜 나는 내 신념만 옳다고 생각하는 걸까. 상대편도 나를 답답해하지 않을까.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래야 하는 걸까. 이게 과연 우리의 잘못일까. 오월의 사거리를 건너온 지금 우리를 이렇게 갈라놓은 것은 바로 사거리의 정치인들이란 의심을 버릴 수가 없다. 다음 선거는 부디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