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글로벌 유가 충격이 끝내 강원 지역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때렸다. 강원지방데이터지청이 발표한 ‘2026년 5월 강원 소비자물가동향’은 가뜩이나 위축된 지역 내수 시장에 던져진 거대한 경고장이다. 지난달 도내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3.5% 상승하며 2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뛴 것이다. 물가상승률 3%대 진입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표상 수치보다 무서운 것은 석유류와 축산물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된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하며 체감 경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물가 쇼크의 주범은 단연 석유류다. 석유류 물가가 무려 22.5%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9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경유(32.4%)와 휘발유(22.3%) 가격의 폭등은 단순히 주유소 앞에 선 운전자들의 한숨에 그치지 않는다. 석유를 원료나 연료로 사용하는 산업 전반으로 도미노식 인상을 촉발하고 있다. 엔진오일교체료, 세탁료, 주택수선재료비 등이 줄줄이 오른 것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국제항공료가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인 33.5%나 치솟은 것은 유가 압박이 물류와 교통 비용에 얼마나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더 큰 문제는 유가 쇼크가 식탁 물가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동 리스크로 글로벌 곡물 및 사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도내 축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돼지고기 값이 8% 오르고 달걀은 17.9%나 비싸졌다. 계란 한 판 가격이 순식간에 7,900원 선을 돌파하고, 삼겹살 100g 가격이 3,000원에 육박하는 현실은 서민들에게 생계 위협이나 다름없다. 강원 지역은 타 시·도에 비해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고령층 비율이 높아, 이 같은 필수 먹거리 물가 상승에 대한 충격파가 훨씬 크고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유가 충격의 파급을 경고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거시적인 지표 관리와 중앙정부의 통화 정책만으로는 강원인들이 현장에서 겪는 고통을 즉각적으로 해소하기는 태생적으로 어렵다. 강원도정과 각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 맞춤형 물가 방어선’ 구축이 시급하다. 우선 도내 영세 운송업자와 농어민,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유류비 보조 방안을 촘촘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당장 생계 유지가 곤란한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