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더 크게 더 넓게 더 멀리 보며, 더 많은 국민과 함께 가자”고 밝혔다.
집권 여당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는 능력과 책임, 대화와 소통, 포용과 통합을 강조했다.
오는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간 물밑 당권 경쟁이 과열되며 계파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이 대통령이 여당에 국정 운영의 책임 있는 자세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올린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결과 배제보다 끊임없는 대화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반발을 최소화하는 ‘큰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불가피하게 깨고 나가야 한다면 깨지는 이들에 대한 배려와 공감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국민의 위임을 받아 이미 집권했다면 사익 아닌 공익을 향한 가장 뜨거운 열정으로 고민하되, 가장 차가운 균형감각으로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방해나 난관을 넘어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과 여당과 야당의 역할 차이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전쟁을 통해 점령한 것이라면 배제와 독점이 이상할 게 없지만, 경쟁을 통해 부분의 힘으로 승리하여 전체를 대표하게 되었다면, 이제 모두를 위한 포용과 개방은 필수”라고 했다.
이어 여야의 사전적 의미를 짚은 뒤 “야당은 여당과 정부에 대한 감시, 견제, 공격이 중요하지만, 여당은 주어진 권력으로 책임을 지는 능력과 실적, 포용과 통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야당이 군대나 창과 가깝다면 여당은 농사와 그릇에 가깝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를 다시 인용하며 정치인의 균형감각을 강조했다.
그는 “이상과 현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정치인들은 자주 길을 잃는다”며 베버가 정치인에게 요구한 자질로 사익이 아닌 대의에 대한 열정, 자신의 행위가 초래할 결과에 대한 책임,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감각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상이 없는 현실주의자는 눈앞의 이익만 좇는 기회주의자가 되고, 현실이 없는 이상주의자는 해결책 없이 편 가르기에 집중하는 무능한 선동가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가 현실의 제약과 인간의 한계를 무시한 채 이상만 고집하면 독선과 진영 논리에 빠질 수 있고, 반대로 이상을 잃으면 단순한 권력 유지로 전락한다고 봤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가치와 지향을 잊지 않되, 현실을 냉정하게 보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집권 여당은 신념을 버리지는 않되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확보한 권력에 근거한 정책 결정과 집행이 국민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집권 세력은 구호나 주장보다 냉철한 균형감각에 따른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30일에도 막스 베버를 인용하며 “정치는 현실이다. 국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이념과 가치, 개인적 성향이 뭐가 중요한가”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는 유시민 작가가 여권 지지층을 세 부류로 나눈 이른바 ‘ABC론’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갈등 조짐이 일던 때여서, 이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불편한 기류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민주당의 미완의 승리라는 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의 경고”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그릇이 돼야 하며 포용·통합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